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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을 잊은 엔비디아 주가
24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장중 502.66달러까지 상승했다. 전거래일 대비 6.69% 폭등한 수준으로 장중 사상 최고치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을 앞두고 긴장감이 만연하면서 마감가는 전거래일보다 0.10% 오르는데 그쳤지만, 엔비디아를 향한 기대감은 여전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무려 230% 가까이 치솟았다.
이는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 제조업체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위한 거대언어모델(LLM)을 자체 개발하려면 중앙처리장치(CPU)를 도와줄 GPU 같은 보조칩이 필요한데, 엔비디아의 칩이 여기에 최적화돼 있다. 엔비디아의 GPU가 이른바 ‘AI칩’으로 불리는 이유다. 전 세계 GPU 시장에서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정도다. 사실상 독점이다.
이에 AI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오라클 등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 성능을 키우기 위해 엔비디아 칩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이같은 호재에 시총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1조164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장중에는 1조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애플(2조757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2조3770억달러), 사우디 아람코(2조2360억달러), 알파벳(구글 모회사·1조6380억달러), 아마존(1조3600억달러)에 이은 세계 6위다. 특히 아마존 시총에는 거의 근접했다.
◇월가는 목표주가 상향 행진
상황이 이렇자 월가 주요 기관들은 줄줄이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는 목표주가를 기존 500달러에서 600달러로 끌어 올렸다. 지금보다 30% 가까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할란 서 JP모건 분석가는 “엔비디아의 잠재적인 강한 실적에 대한 믿음이 있다”며 “매력적인 투자 옵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650달러), 씨티그룹(630달러), 골드만삭스(605달러), 웰스파고(600달러) 등의 전망은 더 긍정적이다. 심지어 로젠블랫은 목표주가를 기존 800달러에서 1100달러까지 상향했다. 월가에서 가장 높다. “엔비디아의 대서사시는 이제 막 시작한 것”이라는 게 로젠블랫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너무 비싸진 것 아니냐”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연일 실적으로 증명하다 보니 추가 상승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사라지는 분위기다.
심지어 엔비디아의 독주에 또 다른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주가가 폭락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AMD와 인텔 주가는 이날 각각 6.97%, 4.09% 급락했다. 엔비디아가 AI 수요를 독점하면서 반도체업계 전반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다만 일부에서는 단기 상승 폭이 너무 크다는 분석 역시 있다. 엔비디아의 경쟁력 자체를 둘러싼 호평과는 별개로 주식 가격이 짧은 기간 너무 고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로스 시모어 도이치방크 분석가는 목표주가를 440달러에서 560달러로 올리면서도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그는 “더 매력적인 매수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시간외거래에서는 하락 전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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