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이민호 기자] 당뇨병 환자 중 약 15%가 겪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보통 손발 끝이 저리거나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특별한 통증이나 저림이 없더라도 평소 수면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면 무증상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유병 기간이 길거나 혈당 조절이 원활하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한다. 일반적인 경우 밤마다 심해지는 화끈거림이나 통증으로 인해 숙면을 방해받지만, 증상이 전혀 없는 무증상 환자들도 상당수 존재해 주의가 요구된다.
순천향대부천병원 내분비내과 최덕현 교수팀은 손발 저림 등 눈에 띄는 증상이 없는 제2형 당뇨병 환자 146명을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의 절반 이상인 76명이 실제로 무증상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면의 질이 낮은 그룹의 환자들은 70%가 이 병을 진단받아 수면의 질이 좋은 그룹(35.5%)보다 두 배나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통증이 없는데도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원인으로는 산화스트레스와 혈관 염증이 지목된다. 연구팀은 말초신경 중 거대신경다발이 손상될 경우 통증은 느껴지지 않지만, 체내 산화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지고 혈관 염증이 발생하면서 복합적으로 숙면을 방해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이 한 번 발생하면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다. 손상된 말초신경을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이 아직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에 의존해야 한다. 또한 이 질환은 당뇨병성 망막병증이나 신증 등 다른 합병증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의료 전문가들은 평소 뚜렷한 저림 증상이 없더라도 잠을 자고 난 뒤 개운하지 않은 날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말초신경 기능을 정밀하게 확인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적극적인 혈당 관리와 함께 정기적인 합병증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건강한 수면과 합병증 예방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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