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서울 재건축 시장에서 조합설립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에는 막판 매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규제 강화로 투자 수요가 제한되면서 실거주를 전제로 한 급매물을 찾는 수요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최근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확대됐고, 이에 따라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됐다.
여기에 재건축 조합설립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까지 더해지면서 거래 가능한 매물 자체가 급감했다. 수요가 완전히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만 줄어들자 일부 단지에서는 가격이 오히려 뛰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사업시행 인가 절차를 준비 중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10·15 대책 발표 직전 최고 37억원대에 거래된 이후 현재 호가가 39억원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다.
해당 매물 대부분은 ‘10년 보유·5년 거주’ 요건을 충족한 사례로 규제 적용을 피해 거래가 가능한 물건들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조합설립인가를 앞둔 재건축 단지에서 나타난다. 조합이 설립되면 장기간 매도가 제한되기 때문에 향후 분담금 부담이나 자금 묶임을 우려한 일부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조합원에게 새 아파트 분양이 1주택으로 제한돼 동일 단지 내 2주택 이상을 보유한 경우 조합설립 이전에 매도하지 않으면 현금 청산 대상이 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조합설립인가가 임박한 단지에서는 다주택자들이 ‘물딱지’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급매를 내놓는 경우가 있다"라며 "장기 보유가 가능한 실수요자에게는 진입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합설립인가 전까지 급매물 자주 나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전용 50㎡는 지난 10월 15일 10억원에 거래됐다. 불과 이틀 전인 13일에는 13억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정책 발표를 전후로 3억원이 빠진 셈이다.
총 3710가구 규모의 성산시영아파트는 강북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며 전용 50~59㎡ 중소형 면적으로만 구성돼 대지지분 비율이 높고 사업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가격이 하락한 가장 큰 요인은 조합설립인가가 임박했다는 점 때문이다. 과거에는 조합설립 단계가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규제가 강화된 현재 시장에서는 오히려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조합설립인가 이후에는 입주 때까지 사실상 매도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를 앞두고 급하게 처분하려는 집주인들이 있다"라며 "급매를 노린다면 조합설립인가를 앞둔 아파트를 살펴보는 걸 추천한다"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내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운데 추진위원회가 설립돼 조합설립인가를 앞둔 단지는 총 13곳이다.
성산시영 외에도 동대문구 청량리 미주아파트가 대표적이며 다. 영등포구 여의도 미성·삼부, 서초구 방배 삼호·신반포궁전, 강남구 도곡삼익, 송파구 오금현대 등도 같은 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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