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인천)=류정호 기자 | 베테랑 세터 이나연(33·흥국생명)이 5년 만에 한 경기 전 세트를 소화하며 코트를 지켰다.
이나연은 20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페퍼저축은행과의 홈 경기에 선발 출전해 4세트 종료까지 교체 없이 경기를 마쳤다. 이나연이 한 경기에서 매 세트를 선발로 뛴 것은 현대건설 소속이던 2020년 11월 29일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전 이후 처음이다.
흥국생명은 이나연의 노련한 경기 운영을 앞세워 페퍼저축은행을 세트 스코어 3-1(25-22 14-25 25-20 25-21)로 꺾고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경기 후 이나연은 “정신이 없었다. 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다음 플레이만 생각하면서 코트에 섰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1-2012시즌 신생팀 우선 지명 선수로 IBK기업은행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나연은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을 거쳐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 이후 2024년 7월 1일 프로 은퇴를 결정하며 자유신분선수로 공시됐다. 포항시체육회에서 실업 선수로 활동하던 그는 배구 예능 프로그램 ‘신인 감독 김연경’에 출연해 필승 원더독스의 주전 세터로 나서며 다시 팬들 앞에 섰다. 흥국생명은 지난 10월 24일 이나연을 영입했다.
약 두 달간 팀에 적응해 온 이나연은 이날 경기 수훈 선수로 선정돼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이제는 팀 공격수들의 성향을 알고 있다. 호흡도 잘 맞고, 친분도 쌓였다”며 “흥국생명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요시하라 도모코 흥국생명 감독은 “최근 이나연의 몸 상태가 좋았다. 함께한 시간이 쌓이면서 공격수들과의 호흡도 좋아졌고, 그래서 선발로 기용해 끝까지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경기 도중 요시하라 감독은 여러 차례 이나연에게 주문을 건넸다. 이나연은 “순간순간 경기 운영에 관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 요시하라 감독은 “V리그 정규리그는 길다. 세터 한 명만으로 시즌을 치를 수는 없기 때문에 이나연의 출전 시간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프로 무대를 떠나 있던 시간이 있어 본인이 생각한 만큼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았을 수 있다. 모든 면에서 더 좋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이나연은 “감독님의 주문을 성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답했다.
이나연은 원더독스에서 인연을 맺은 정관장 새 아웃사이드 히터 인쿠시(몽골명 자미안푸렙 엥흐서열)를 향한 응원도 전했다. 그는 “입단 기사가 났을 때 연락을 주고받았다. 조언할 입장은 아니어서 축하 인사를 전했다”며 “V리그에 잘 적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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