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형 "뭔가 남기고 싶은 노년의 고뇌"…정동환 "새롭게 해석하고 표현해"
송승환 "두 선배의 작품 해석에 감탄만"…27일부터 내년 3월까지 국립극장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합산 연기 경력인 무려 187년인 세 명의 노배우가 한 무대에 오른다. 오는 27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상연되는 연극 '더 드레서'다. 이 연극에는 67년 경력의 박근형(85), 60년 경력의 정동환(76)이 극단의 노배우 '선생님' 역으로, 60년 경력의 송승환(68)이 의상 전환 담당 '노먼' 역으로 출연한다.
극작가 로널드 하우드의 희곡을 원작으로 1980년 영국에서 초연된 '더 드레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1942년 영국의 한 지역 극단이 셰익스피어 '리어왕' 공연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공연을 앞둔 주연 노배우가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하고, 공습경보가 울리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배우와 스태프가 공연을 올리려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펼쳐진다.
국내에서는 1984년 초연됐고, 이후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3차례 공연을 선보였다. 정동극장 공연에는 송승환이 선생님 역을 맡았고, 배우 오만석(50)이 노먼 역으로 출연했다. 나인스토리와 국립극장의 공동 주최하는 올해 공연에선 송승환이 오만석과 함께 노먼 역으로 더블 캐스팅됐고, 선생님 역할의 빈자리를 박근형과 정동환 두 노배우가 메우게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노배우의 참여로 '더 드레서'는 이전 시즌보다 한층 더 진중해진 연기의 향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19일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근형은 "나이를 먹어 갈수록 뭔가를 놓친 것 같고,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져서 바쁘게 살고 있다"며 "'더 드레서'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노년의 인간적인 고뇌를 다루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극 중에서 선생님은 노먼에게 의지하고 조언받으면서도 티격태격 싸우기도 한다"며 "그런 과정을 거쳐 가면서 노먼을 자신의 거울처럼 여기게 되는데, 그런 모습을 통해 막바지에 도달한 사람을 표현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형과 함께 선생님 역으로 출연하는 정동환도 자신만의 '연기 철학'을 곁들여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같은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배우에 따라서 이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고. 해석이 같더라도 표현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전 시즌의 공연을 보신 분이더라도 이번 공연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면을 발견하실 수 있도록 연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선생님이 처하는 상황을 자신과 같은 노배우들의 상황과 비교하는 독특한 해석도 내놓았다. 정동환은 "작품에서 선생님이 마지막 공연을 할 때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마치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면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된다"며 "이런 모습들이 다른 사람의 일인 것 같지 않고, 무대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에게 언젠가 닥칠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지난 3번의 공연에서 선생님을 연기하다 노먼으로 새롭게 변신한 송승환은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마음껏 드러냈다. 그는 "올해 여름에 대본을 읽다가 뭔가 좀 새로워져야 한다는 생각에 문득 노먼에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선생님을 연기할 때는 몰랐던 것들을 두 분이 연습하는 것으로 보고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라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형 선생님과 연기 할 때와 정동환 선생님과 할 때가 워낙 달라 자연스럽게 노먼의 리액션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두 선생님을 모시고 정말 열심히 재미있게 하고 있다. 이번에는 뭔가 새로운 '더 드레서'를 꼭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
제작진도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장유정 연출은 "두 분의 선생님이 새로 합류하면서 굉장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두 분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점점 제 그릇도 커지고, 작품에 대한 해석도 더 다양하게 되는 귀한 경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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