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 수사 정보 유출' 경찰관, 1심 무죄 뒤 2심서 '징역 1년'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 황의조(32·튀르키예 얄란야스포르)씨의 수사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경찰관이 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축구선수 황의조씨가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 2심 선고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부장판사 윤원묵 송중호 엄철)는 18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경감 조모씨(45)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압수수색은 범죄 수사 과정에 있어서 핵심적인 국가의 기능인데, 경찰공무원으로서 변호사와 결탁해 이에 관한 비밀을 누설한 피고인의 행위는 공권력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심히 죄질이 불량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원심에서부터 범행 사실을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범행 후 자신의 범행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인멸 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의 수사 정보 유출로 인해 당시 황의조 관련 수사를 담당하던 수사팀은 황의조 측으로부터 기피신청을 당하는 등 수개월가량 힘들게 해온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며 “당시 수사에 관여했던 상당수 다른 경찰관들도 수사 대상이 되는 등 동료 경찰관들에게도 상당한 고통을 안겨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지난해 1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근무하면서 한 변호사에게 불법 촬영 혐의와 관련한 황씨의 수사·압수수색 정보 등을 유출한 혐의로 그해 7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조씨는 직위 해제됐다.

앞서 황씨 측은 경찰 수사 정보가 브로커에게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해 2월 경찰에 수사관 기피 신청서를 내기도 했다. 당시 황씨 측은 한 브로커가 수사 무마를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며 황씨에게 접근해 압수수색 장소와 일시 등을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조모씨의 범죄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그러나 압수정보 유출과 관련해 법관으로 하여금 확신에 이를 정도로 범죄 사실을 증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조씨가 수사 정보를 누설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좀 이따 출발해’, ‘1시간 안에 오니까’ 등의 대화 내용을 봐서는 피고인이 속한 압수수색팀 2조를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조씨가 황의조 형수의 조사 과정에서 수사 진행 상황이나 관련자 진술 내용 등 수사 정보를 궁금해한 정황도 있고 변호사를 포함해 수사팀과 만남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압수수색 정보를 받은 이들과의 오랜 친분관계를 고려했을 때 누설 동기가 있다고 보며 “무엇보다 인터넷 사용기록이 겹치고 전화 통화 기록을 봤을 때 직전직후 연결되는 기록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황씨는 2022년 6~9월 상대 여성의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기소돼 1·2심 모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