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소나타4] 인왕산 어진왕 산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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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소나타4] 인왕산 어진왕 산자락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08-03 20:53: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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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시인/영화감독 우호태

돈키> 어진왕(仁王) 산자락 밑 음식점에서 군대 동기들이 번개팅을 했지 뭐냐.

호새> 번개팅이요? 예비역들 모임도 번개가 쳐요? 벼락 맞은 동기들인가 보죠?

돈키> 허허, 말조심! 백마, 오뚜기, 열쇠, 낙하산… 부대 마크만큼이나 눈빛도 살아있던 전우들이거든. 나도 맹호부대 출신이니 “호랑이는 굶어도 풀 안 뜯는다”는 자부심 하나는 확실했지.

호새> 그래서 오늘은 무슨 산채정식이요? 호랑이가 시래기 드셨나?

돈키>정확히 찔렀구먼. 오늘 메뉴, ‘시래기’란다. 요즘 말로 웰빙이지.

호새> 전우애로 시래기 드신 건가요?

돈키> ㅎㅎ 웰빙이라니 어쩌겠냐. 몸은 노후된 여섯 마디 기계지만 마음만은 아직 청춘이더라. 분위기 익어가니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가 군화끈 조이고 철모 눌러쓰고 낙하산 메는 흉내까지.

호새> 낙하산이요? 요즘 낙하산은 어디 많이 떨어지대요. 방송국, 위원회, 대기업이나 공기업… 뭐 그런 데?

돈키> 요놈, 자꾸 풍자하누나! 그날 점심 후, 미국과 중국이 한판 붙을 거란 얘기까지 나오니 갑자기 전략토론이 시작됐지. 금융, 산업, 바이오, 먹거리… 시래기처럼 줄줄 엮어가며.

호새> 그러니까 백마는 날고, 오뚜기는 쓰러졌다 일어서고, 열쇠는 스마트키로 열고… 아유, 부대이름 가지고 시나리오 쓰셨네!

돈키> 그러다 인왕산 골짜기로 이야기가 흘러가니,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떠오르더라. 비구름 실려 치마바위 단경왕후의 한까지 휘몰아치고 말이야.

호새> 이야~ 역사와 산수와 시래기가 다 한솥밥이네요.

돈키> 정치는 물 다스림이라 했지. 김신조 사건 이후 산줄기는 철통같이 지켰건만, 바다물길은 동서남북 제멋대로 통통 튄다더군.

호새> 그래서 그런가요? 요즘 저잣거리 백성들, 복창이 뻥뻥 터진다던데요.

돈키> 호새야, 서울을 돌아보니 어떠냐?

호새> 주인님이 제 등에 앉아 계셔서 더 잘 보이시지 않나요? 저는 발만 보고 걷는데요. 근데 귀는 뚫려서 들립니다. 여의도 타짜는 궁민은 안중에도 없고 배만 두드리고, 기와집 앞 동네는 헛소리나 하고, 서초동네는 방망이 들고 장터에서 제멋대로 때려요. 엿장수도 리듬이 있는데요, 이건 뭐 리듬도 없고 장단도 없고…

돈키> 우거지상인 시민들 보니, “산천도 간 데 없고, 인걸도 간 데 없다”던 고려말 야은 선생 말씀이 생각나는구먼.

호새> 그 말이 말같아야 말귀도 알아듣죠. 요즘 말들은 말머리도 모르고 말꼬리만 잡다가 쌍말만 튀어나옵디다.

돈키> ㅋㅋ 오늘 말죽거리에서 말 나온 김에, 홍당무 시래기국이나 한 그릇 더 말아야겠구먼. 시래기나 우거지나, 몸엔 좋은 웰빙 음식이지 뭐.

호새> 그러게요. 서울 한복판에서 웰빙으로 살아보자고요. “서울, 서울, 서울~” 한번 불러보실라우?

돈키> Fine Seoul이 꿈이냐 현실이냐, 그게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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