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아기 128시간 만에 구조…일가족 5명 한꺼번에 생환하기도
유엔 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 튀르키예 도착…WHO 사무총장은 시리아행
치안 문제로 일부 외국 구호팀 활동 '중단'…한국 구호대, 1명 추가 구조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에 규모 7.8과 7.5의 두 차례 강진이 강타한 지 엿새째로 접어들면서 생존자 구조에 대한 희망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72시간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지만, 11일(현지시간)에도 기적 같은 생환 소식이 이어지면서 현장의 구조 인력들은 한 명의 생존자라도 더 구해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하타이주(州) 항구도시 이스켄데룬에서 건물 잔해 속에 있던 두 살배기 아기가 128시간 만에 구조됐다.
가지안테프주(州) 도시 누르다으에서는 매몰됐었던 일가족 다섯 명이 한꺼번에 구조돼 주변에 감동을 줬다.
카흐라만마라슈의 무너진 아파트 건물에서 70세 여성이 122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안타키아에선 세 형제가 나란히 무너진 5층짜리 아파트 건물 잔해에서 구조됐다. 구조대는 9시간 이상 아파트 잔해를 파 내려가 형제들을 차례로 꺼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현지 방송에 여전히 많은 생존자가 건물 더미에 묻혀있다고 주장하면서 더 많은 구조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구조 환경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은 실정이다. 장비 부족과 영하권의 날씨 등은 구조 작업은 더디게 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날 진앙과 가까운 도시 카라만마라슈를 찾은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차장은 취재진에 "이번 지진은 100년 만의 최악의 참사"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이날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2만1천43명으로 추가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시리아 측 집계를 합한 양국의 지진 사망자는 2만4천596명에 이른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망자 (1만8천500명)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AFAD는 구조 인력 12만1천128명과 굴착기, 불도저 등 차량 1만2천244대, 항공기 150대, 선박 22척, 심리치료사 1천606명이 지진 피해 지역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지만, 일부 구조팀은 불안한 현지 치안 상황으로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군 당국은 이날 현지 세력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해 구조팀 82명을 철수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독일 구조팀도 안전상의 이유로 이날부터 구조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 긴급구호대는 이날 안타키아 지역에서 60대 여성을 추가로 구조했다. 현재까지 한국 구호대가 구조한 인원은 6명이다.
유엔은 튀르키예·시리아 국경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리아 반군, 투르크 무장 세력에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인도주의 활동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날 시리아 지진 피해 현장을 찾아 보건부 장관과 대응·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알레포 공항을 통해 의약품 37t이 전달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내일(12일)도 긴급 구호 물품 30t이 이 공항을 통해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엔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최소 87만명이 식량 부족으로 긴급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대치하고 있어 구조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했던 시리아 서북부 지역에는 유엔의 구호 물품을 실은 트럭 14대가 바브 알하와 육로를 통해 들어갔다.
유엔은 원활한 인도주의 지원을 위해 튀르키예·시리아 국경을 통과하는 육로를 추가 개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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