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꼬리표를 떼고 결제와 송금, 자산 운용의 판을 흔드는 '금융 혈관'으로 자리잡았다. 한국도 제도권 편입을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어떻게 쓰고 관리할지 구체적인 밑그림은 여전히 희미하다. 여성경제신문 연중기획 [원화S코인]은 지각 변동과도 같은 금융 인프라의 전환기를 맞아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다각도로 조망한다. 1부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경제와 산업 전반에 가져올 변화를 추적하고 제도적 빈틈을 메우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2부에서는 이론과 실무를 아우르는 전문가 진단을 통해 실제 도입 단계에서 마주할 쟁점들을 분석한다. 본 기획이 한국형 디지털 통화 체계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편집자주] |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자는 주장에는 항상 ‘혁신’이라는 말이 붙는다. 그런데 통화정책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은 거의 없다. 통화정책은 국가 경제의 근간인데 그 부분에 대한 설명 없이 혁신만 강조하는 것은 위험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둘러싼 논의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정책 논쟁에서 간과되는 핵심 질문도 제기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제도 논쟁이 기술 혁신과 산업 육성에 집중되는 사이 통화정책과 산업 구조 문제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금융·자본시장 분야에서 활동해 온 주현철 법무법인 이제 변호사를 만났다. 그는 최근 국회와 금융당국, 정치권에서 진행되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통화정책과 산업 구조라는 핵심 정책 문제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현철 변호사는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가진 금융·자본시장 전문 법조인으로, 국내에서 국제 금융 규제와 가상자산 정책을 함께 다루는 몇 안 되는 전문가로 평가된다. 현재 법무법인 이제에서 기업 자문과 가상자산 분야를 담당하고 있으며 한국성장금융투자 사외이사,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 한국은행 ‘머니앤뱅킹 미래포럼’ 자문위원 등을 맡고 있다.
금융위원회 디지털자산 민관합동 TF, 금융발전심의회 자본시장분과, 금융규제혁신회의 등에서 민간위원을 지냈고 금융감독원 가상자산 감독체계 준비단 외부위원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도 참여했다. 보스톤 법대 로스쿨에서 법무박사(J.D.) 학위를 받았으며 경제학과 국제관계학 석사를 포함한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자본시장, 가상자산 규제, 기업 분쟁 자문을 수행해 온 국내 최고 수준의 국제금융 전문가다.
금리는 중앙은행이 정하는데
돈은 민간이 찍어내겠다고?
주 변호사 주장의 요지는 스테이블코인 논쟁이 단순한 기술 혁신 문제가 아니라 통화정책, 환율 정책, 산업 구조까지 연결되는 복합적인 정책 문제라는 점이다. 특히 통화정책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핀테크·블록체인 업계가 내세우는 논리는 대체로 결제 혁신, 송금 효율화, 프로그래머블 머니, 글로벌 경쟁력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주 변호사가 보기에 정작 빠져 있는 것은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통화정책 체계와 어떻게 접속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조정만으로 움직이는 기관이 아니라 채권 매입·매도와 유동성 조절을 통해 시중 통화량을 관리해 왔는데,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대규모로 유통될 경우 이 통제 경로 바깥에서 사실상의 유사 통화가 증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혁신을 먼저 열어달라’는 요구에 비해 발행 총량을 어떤 원리로 관리할지, 통화 승수와 자금 이동을 어떻게 흡수할지, 위기 시 누가 최종 책임을 질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결국 쟁점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이를 허용할 경우 국가 통화 주권과 금융 안정 장치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있다는 분석이다.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 논의에서 통화정책 문제가 왜 핵심이라고 보는가.
“통화정책은 단순히 기준금리 숫자를 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설정한 뒤 채권 매입과 매도를 통해 시중 통화량을 실제로 조절한다. 금리를 기준으로 채권을 사고팔면서 시장에 풀린 돈의 양을 관리하는 구조다.
그런데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대규모로 발행되면 중앙은행이 통제하지 않는 통화 유통 경로가 생길 수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 국가에서는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관리해 왔는데 민간 발행 코인이 그 바깥에서 증가하면 통화정책 체계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설계 없이 혁신만 강조하면 정책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실제로 어떤 위험을 만들 수 있다고 보는가.
“통화정책 통제가 약화되면 인플레이션과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통화량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물가 변동성이 커지고 이는 서민 경제와 국가 경제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쟁점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이를 허용할 경우 국가 통화 주권과 금융 안정 장치를 어떤 방식으로 유지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체계 안에서 어떻게 연동될지, 발행 잔액 급증이 환율·유동성·물가에 미칠 충격을 어떤 장치로 흡수할지, 민간 발행사가 사실상 통화 유통 경로의 일부를 맡게 될 때 감독 권한과 긴급 개입 권한을 누구에게 둘지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논의에서는 이 부분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스테이블코인 자체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이신가.
“스테이블코인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중앙은행이나 은행 시스템 안에서 발행되는 구조라면 통화정책 체계와 연동될 수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일본 사례를 근거로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 구조가 다른 국가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하다. 미국은 제조업 비중이 약 10% 수준이고 금융과 서비스 산업이 중심이다. 반면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30% 이상인 전형적인 제조업 국가다.
금융 산업 중심 국가에서는 새로운 금융 상품이 산업 구조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수 있지만 제조업 중심 국가에서는 금융 자금 흐름 변화가 산업 구조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 중심 모델을 그대로 가져오는 방식은 한국 경제 구조와 맞지 않을 수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산업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인가.
“현재 가상자산 투자 자금 상당 부분이 해외 프로젝트나 글로벌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국내 제조업 투자로 연결되는 구조가 아니다. 한국은 제조업 기반 수출 경제다. 금융 시스템도 제조업을 지원하는 구조로 발전해 왔다. 만약 금융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이동하고 그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국내 산업 투자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국내 가상자산 거래 시장은 사실상 과점 구조에 가깝다. 특정 거래소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다. 철도나 전력처럼 독점 구조가 형성되는 산업에서는 정부가 일정한 규제 장치를 둔다. 가상자산 거래소도 시장 구조를 보면 공공재적 성격을 일부 논의할 필요가 있다. 대주주 지분을 분산하거나 공공성 장치를 도입하는 방식도 정책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투자자 보호 문제도 중요한 쟁점으로 지적했다.
“가상자산 산업은 혁신 산업이지만 동시에 높은 위험을 가진 산업이다. 벤처 산업과 유사하다. 혁신이 큰 만큼 실패 위험도 크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거래소나 프로젝트가 제공하는 정보도 일반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 용어 중심인 경우가 많다.
증권시장에서는 기업이 투자자에게 정보를 공개하도록 법적 의무가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 공개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장기적으로 원화 국제화를 촉진하고 달러 중심 통화 질서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된다. 이런 전망을 어떻게 보나.
“기축통화는 다른 나라들이 그 통화를 보유하려고 할 때 형성된다.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고 유로와 엔화 등이 그 뒤를 잇는다. 한국은 수출 규모가 큰 국가지만 대부분의 무역 결제가 달러로 이루어진다.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원화 유통 비중도 매우 낮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곧바로 국제 기축통화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전망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중국조차 달러 중심 국제 통화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계 화폐 유통 규모 기준 30위권에 머무는 원화가 스테이블코인 도입만으로 단숨에 기축통화 지위에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에 가깝다. 기축통화는 결제 기술이나 디지털 화폐 형태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무역 규모, 금융시장 깊이, 자본시장 신뢰, 외환시장 유동성 같은 구조적 조건이 장기간 축적될 때 형성되는 질서다.
정책 논의도 이러한 현실을 전제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기술 혁신에 대한 기대를 앞세워 새로운 통화 질서가 곧 열릴 것처럼 설명하기보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성장 과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 국민소득 4만달러 도달이라는 목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조건에서 통화 패권 담론만 부각되는 것은 정책 우선순위를 흐릴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논쟁 역시 혁신 기대와 별개로 실물 경제 성장, 산업 경쟁력, 금융 안정이라는 현실적 조건 속에서 차분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
☞ 원화 국제화(KRW Internationalization) = 한국 원화가 국경을 넘어 국제 무역 결제, 금융 거래, 외환 보유 자산 등으로 사용되는 비중이 확대되는 현상을 뜻한다. 원화 국제화는 해외 투자자들이 원화 자산을 보유하고 외환시장에서 원화 거래가 활발해질 때 진행된다. 일반적으로는 자본시장 개방, 금융시장 규모 확대, 안정적인 경제 성장, 국제 금융 신뢰 확보 등이 선행 조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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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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