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새해 글로벌 지정학적 변수로 떠올랐지만, 한국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정부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고, 한국과 베네수엘라 간 교역 규모 자체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베네수엘라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회의 결과, 단기적인 불확실성 요인은 존재하지만 국내 경제 전반에 즉각적인 충격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미국의 군사행동 이후에도 국제 원유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57달러 안팎에서 등락하며 뚜렷한 급등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장기간 이어진 국제 제재와 생산 설비 노후화로 실제 원유 생산과 수출 규모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현재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전 세계 원유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0.7%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물량의 약 80%는 중국으로 향하고 있어, 한국을 포함한 주요 원유 수입국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다. 시장에서는 중동이나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공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번 사태가 국제유가의 구조적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자국 내 원유 생산 확대를 통해 유가 급등을 억제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시장 안정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과 베네수엘라 간 교역 규모가 매우 작다는 점도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다. 지난해 11월까지 한국의 대베네수엘라 수출액은 약 4000만 달러 수준으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06%에 불과하다. 수입 역시 0.001% 수준에 그친다.
연간 기준으로 보더라도 베네수엘라는 한국의 수출국 순위에서 120위권 후반에 머무르고 있어, 특정 산업이나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국내 기업의 현지 투자나 생산 거점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베네수엘라 정세 변화가 한국의 제조업, 수출 산업, 에너지 수급 구조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외환시장 역시 큰 변동 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베네수엘라 사태 이후에도 원·달러 환율은 1450원 이하에서 움직이며 비교적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달러 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신흥국 통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 회피 심리를 크게 자극할 정도의 사건으로 인식되지는 않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기 이벤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다만 중동이나 중남미 지역으로 불확실성이 확산될 경우에는 환율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당분간 국제유가, 환율, 글로벌 금융시장 흐름을 중심으로 상황별 시나리오 점검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에 대비해 관계기관 간 공조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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