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다." 지난달 24일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하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내놓은 호언장담이었다.
하지만 그 '실행 능력'의 실체는 결국 국민의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을 헐어 쓰는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쏟아부으면서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2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80억 5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26억 달러 감소했다.
감소 폭만 놓고 보면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40억 달러 감소) 이후 12월 기준으로는 28년 만에 최대치다.
통상 12월은 연말 효과로 외환보유액이 늘어나거나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감소'를 기록한 것은, 그만큼 당국이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시장에 달러를 인위적으로 많이 풀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역시 "분기 말 효과로 외화예수금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 안정 조치(매도 개입)가 영향을 미쳤다"고 시인했다.
세부 내역을 뜯어보면 우려는 더 커진다.
당장 현금화가 쉬운 국채와 회사채 등 유가증권 보유액이 3711억 2000만 달러로, 한 달 새 무려 82억 2000만 달러나 급감했다.
환율 방어의 최전선에 있는 실탄을 대거 소진했다는 의미다.
반면 예치금은 54억 4000만 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부는 그동안 환율 상승의 책임을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탓으로 돌리고 국민연금과 스와프를 체결하며 '영끌' 방어에 나섰다.
그것도 모자라 결국 최후의 보루인 외환보유액까지 헐어 쓴 셈이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 수준으로 당장 위기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펀더멘털 개선 없이 인위적인 개입으로만 환율을 누르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곳간에 쌓인 곶감 빼먹듯 달러를 태워버리는 방식이 언제까지 통할 수는 없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던 정부의 행동이 고작 '곳간 털기'였다면, 시장의 신뢰는 더욱 얇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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