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현지시간)부터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가 열릴 예정이다. 수십 국의 여러 기후 전문가가 모여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논의하게 된다.
이를 통해 앞으로 기온 상승폭을 제한해 전 세계가 기후 변화로 인한 최악의 영향만큼은 피할 수 있길 바라는 취지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는 차기 대통령이 된 이후 1기 행정부 때처럼 미국을 국제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미국의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날 수도 있다.
전 세계의 기후 변화 목표치는?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 모인 약 200개국 대표단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 시기에 비해 가급적 1.5℃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약속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흉작 및 녹은 만년설로 인한 홍수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심각한 피해를 막자는 생각이었다.
UN은 ‘1.5℃ 목표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들이 나서 이산화탄소와 메탄 배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물질은 대기 중에 열을 가두는 ‘온실가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더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넷 제로’를 달성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가 이 같은 넷 제로 목표를 이미 설정했거나 고려 중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과 같은 화석 연료를 태양열, 풍력 등의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고, 휘발유 엔진 차량을 전기 자동차로 교체하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기 중 온실가스 수치는 여전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소속 과학자들은 온도 상승폭이 1.5℃를 훨씬 뛰어넘어 지구가 더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바쿠에서 열리는 COP29에서 국제 사회는 파리 기후 협약에서 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추가 공동 조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 조치는?
기후변화 대응은 이제 물러나는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의 주요 목표 중 하나였다.
2022년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했다. 미국의 청정에너지 관련 제조업의 활성화를 위한 수천억 달러의 세제 혜택, 보조금 및 대출 지원이 담긴 이 법을 통해 해당 분야에는 일자리 30만 개가 만들어졌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모든 화력 발전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4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2035년 이후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한 2025년까지 전력의 55%, 2030년까지 75%, 2035년까지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기후 정책을 어떻게 바꿀 수 있나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 변화를 ‘사실이 아닌’ 이야기, ‘존재하지 않는’ 것, ‘값비싼 사기’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한때 ‘심각한 주제’라고 표현한 적도 있다)
2017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그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해야 하는 파리 기후 협약에서의 탈퇴를 선택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가 퇴임하기 몇 달 전인 2020년에야 협정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할 수 있었고, 후임자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재가입을 선택했다.
그리고 내년 1월 다시 백악관에 입성할 트럼프는 파리 기후 협약에서 다시 한번 탈퇴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에는 미국이 1년 안에 협정에서 빠르게 탈퇴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번에 바쿠에서 열리는 COP 총회에서 이는 미국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바이든 현 대통령이 협상단을 파견하겠지만, 이들이 합의한 내용은 트럼프 행정부를 구성할 수 없다.
‘스톡홀름 환경 연구원’의 기후변화 정책 전문가인 리처드 클라인 교수는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중국 등 다른 대규모 공업 국가들의 배출량 감소 압박을 줄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중국과 같은 국가들도 아무것도 약속하고 싶어 하지 않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클라인 교수는 미국이 COP 총회에서 빠지게 되면 중국이 직면한 개발도상국이 자체적으로 기후 변화 대응책에 나설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압력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는 동안 트럼프는 집권 이후 ‘드릴, 베이비, 드릴’이라는 자신의 석유 시추 슬로건 아래 자국의 석유, 천연가스, 석탄 추출을 장려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 생산 서비스 기업인 ‘카나리 LLC’의 댄 에버하트 CEO는 블룸버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역외 임대 판매도 늘어나고, 파이프라인도 훨씬 더 빨리 움직이게 될 것”이라면서 “아울러 연방 토지에서도 수압파쇄법(프래킹) 등 시추가 이뤄지는 등 소비자가 부담할 에너지 비용 축소에 초점을 맞춘 사고방식이 실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해상 풍력 발전소 건설을 막을 수도 있다. 실제로 여러 프로젝트가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풍력 터빈 제조업체의 주가는 하락세를 겪고 있다.
영국 소재 싱크탱크인 ‘카본 브리프’의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게 될 4년간 배출되는 온실가스 규모가 지금껏 바이든이 집권한 4년간 배출된 온실가스보다 최소 40억 톤이 더 많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사이먼 에반스 박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의 기후 유산을 성공적으로 무너뜨릴 것이며, 이는 ‘1.5℃ 이하 유지’를 이뤄낼 수 있다는 전 세계의 희망을 박살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친환경 에너지 추진은 대대적으로 중단될까?
그러나 이 같은 기후변화에 대한 트럼프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계속 이어지리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우선 첫 번째, 여러 공화당 의원들도 IRA를 좋아한다. IRA를 통해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지출이 3조달러(약 4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까지 지출의 85%가 공화당에 투표한 지역에 돌아갔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재생 에너지 산업은 이제 큰 사업이 됐다.
파리 소재 싱크탱크인 ‘국제에너지기구’는 올해에만 풍력, 태양광, 배터리 등의 분야에 대한 전 세계 지출이 약 2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예상되는 석유, 천연가스, 석탄 산업 투자 금액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미 행정부 또한 이러한 투자금이 중국과 같은 경쟁국보다는 최대한 자국에 투입되길 바랄 것이다.
또한 미국의 전력망에도 이제 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시 못 할 수준이다. 일례로 현재 캘리포니아는 전력의 54%를 태양열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전체로 보면 재생에너지가 만들어내는 전력이 40%를 차지하는 판에 트럼프가 자국의 전력망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이를 그저 무시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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