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하면서 국제사회는 트럼프 2기 도래를 분주하게 대비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각국 정상들은 앞다퉈 트럼프에게 재집권을 축하하며 협력을 약속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다소 늦은 7일(현지시간)에서야 트럼프의 당선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냈다.
그러면서도 메시지의 내용은 차이가 났다. 트럼프의 참모진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유예 조건부 종전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를 향해 남자답고 용감하다고 추켜세웠고,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2기의 대중국 관세 폭탄을 의식한 듯 "역사는 우리에게 중미가 협력하면 모두에 이롭고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무역전쟁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푸틴 "트럼프, 남자답고 용감해" 트럼프 "푸틴과 대화할 것"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를 축하하며 그와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토론클럽 본회의에서 "이 자리를 기회로 그에게 미국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고 싶다"며 트럼프 당선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가 암살 시도를 당했을 때의 행동이 인상 깊었다면서 "그는 용감하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은 특별한 상황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준다"며 "내 생각에 그는 매우 정확하고 용감하게 자신을 보여줬다. 남자다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선거운동 기간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면서 트럼프와의 대화가 준비됐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도 같은 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아직 푸틴과는 연락한 적이 없지만 우리는 통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7일 푸틴 대통령이 내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전 소통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페스코프 대변인은 "그(트럼프)는 자신이 취임하기 전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현재 그것에 우리가 덧붙일 말은 없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트럼프 참모진, 우크라이나 영토포기 나토가입 유예 휴전안 검토
젤렌스키 "유럽 전체의 자살 행위" 반발
푸틴과 트럼프가 직접 대화에 나설 경우 트럼프가 공언한 '24시간 이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지난 6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인상적인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면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력 있는 리더십 아래 강력한 미국의 시대가 오길 기대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트럼프 정부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당부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참모진 사이에서는 종전을 위한 카드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우크라 가입 유예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정책 고문 등 측근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20%를 점유한 현재 전선을 그대로 동결하고, 우크라이나에는 나토 가입 노력을 유예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방안을 종전 구상 중 하나로 인수위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최소 20년 동안 나토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계속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푸틴 대통령의 휴전 조건과 일치한다. 푸틴은 '우크라니아가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4개 영토(돈바스, 루한스크 인민 공화국, 자포리자, 헤르손)를 양도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포기할 것' 등을 휴전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측근들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승인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7일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하는 휴전안에 대해 "유럽 전체의 자살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제5차 유럽정치공동체(EPC) 회의에서 "푸틴에게 양보하고, 물러서고, 양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유럽 전체에 자살 행위"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2기가 참모진의 구상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할 가능성은 적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모든 중국산 제품 60% 관세 부과 예고.. 中 "무역 전쟁에 승자 없어"
트럼프2기, 대중국 협상카드로 대만 문제 활용 가능성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7일 트럼프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트럼프에게 보낸 축전에서 "역사는 우리에게 중미가 '협력하면 모두에 이롭고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중미 관계는 양국의 공동 이익과 국제 사회의 기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양국이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호혜의 원칙을 견지하면서 대화·소통을 강화하고, 이견을 적절히 통제하기를 희망한다"며 "호혜협력을 확장하고 중미의 올바른 공존의 길을 걸어 양국과 세계에 이롭게 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었던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 관세 부과'를 포함한 무역 전쟁을 피하고자 함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도 같은 날 "무역 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제품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위협에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가정적 질문에 답변하지 않는다. 다만 원칙적으로 나는 무역 전쟁에 승자가 있을 수 없고 세계에 이롭지도 않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싶다"고 답했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2기가 도래할 경우 대만을 대중국 협상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즉, 트럼프 정부가 대만과 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와 홍콩 일간 싱타오 등에 따르면 왕장위 홍콩시립대 법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에 대해 외교적 관심을 둘 3가지 가능성이 있다"면서 "중국이 특정 사안에서 양보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협상카드'로 사용할 경우, 고가 무기 구입 등 방식으로 방위비 지불을 요구할 경우, 대만에 미국 본토로 더 많은 반도체 생산을 이전하도록 압력을 넣을 경우 등이 그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집권 1기 기간 미국과 대만의 관계는 크게 개선된 바 있다. 지난 2016년 미 대선 후 당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하 전화를 건넸다. 이는 1979년 이후 미국과 대만 사이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18년 미국은 대만과의 고위급 교류를 확대하는 내용의 '대만여행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도 바이든 정부(77억2천만달러)보다 트럼프 1기(183억4천만달러)가 2배 이상 많았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 외교부 마오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라며 "중국은 어떤 형식의 미국-대만 공식 왕래에도 단호히 반대하고, 이 입장은 일관되며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응당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공동성명을 준수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해 중미 관계와 대만해협 평화·안정을 심각하게 해치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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