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 오타니’ 이전에 ‘인간 오타니’가 있다

‘야구선수 오타니’ 이전에 ‘인간 오타니’가 있다

평범한미디어 2024-10-15 22:35:04 신고

3줄요약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그야말로 야구라는 분야에서 지구 1등을 달리고 있다. LA 다저스 소속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에 대한 이야기다. 오타니에 대해 한성윤 기자(KBS)는 “노력하는 천재라는 점이 대단하다”고 평했다.

 

야구만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 생각될 정도로, 오직 야구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야구장과 숙소만을 오가기 때문에 뉴욕 거리를 걸어본 적도 없고, 술 담배는 전혀 하지 않으며, 동료들의 식사 제안까지 대부분 거절하고 야구에만 집중한다. 야구를 잘하기 위해 하루 10시간의 수면을 지키는데, 편안한 수면을 위해 항상 베개와 매트리스를 갖고 다닐 정도이다. 프로 스포츠 역대 최고 금액인 7억 달러에 계약을 맺은 이후에도, 다른 선수보다 한 달 이상 빠른 2024년 1월부터 계속 LA 다저스 야구장에 나와 훈련에만 열중하는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오타니가 50-50 기록을 달성한 순간 동네 도서관으로 가서 오타니 관련 책 2권을 빌렸고 정독하며 인간 오타니를 탐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미일 프로 야구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한 시즌에 홈런 50개와 도루 50개를 기록한 선수는 지금까지 단 1명도 없었는데 이미 만화 야구를 하고 있는 오타니가 그 주인공이 됐다. 어떻게 최정상의 위치에서 계속해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더욱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가 있을까? 역대급 야구선수가 어떻게 인격적으로도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할 수가 있는 걸까? 도대체 오타니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2023년 WBC 대회 전후로 근 2~3년간 한국인들마저 팬으로 만들어버린 오타니의 화려한 모습 말고 그의 피나는 노력과 인생 과정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온갖 동영상과 기사들로는 부족해서 도서관으로 갔다. 오타니를 다룬 책 2권을 빌렸다.

 

-한성윤 <인생은 오타니처럼>

-고다마 미쓰오 <오타니 쇼헤이의 쇼타임>

 

흔히 성공의 2가지 척도로 ‘재능’과 ‘노력’을 말하는데 오타니는 둘 다 갖췄다. 한 기자는 단순히 “오타니가 돈을 벌기 위해 야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야구 자체를 너무나 사랑하고 야구를 즐기면서 더 많은 사람이 야구를 좋아하게 만들도록 최선을 다해 야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석에 들어설 때는 심판에게 인사를 건넬 뿐 아니라 반드시 심판의 이름까지 부르면서 존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상대 투수의 공에 몸을 맞았을 때도 언제나 미소로 응답하며 부러진 배트를 발견하면 볼보이가 잡기 편한 방향으로 직접 전해준다. 실수로 상대 타자를 맞히면 공손하게 모자를 벗고 진심을 담아 사과한다. 메이저리그 더그아웃은 물병과 해바라기 씨로 지저분하지만 오타니는 직접 쓰레기를 줍는다. 쓰레기를 줍는 것은 행운을 줍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야구 서적을 비롯해 자기계발 서적 등을 읽으며 주로 숙소에 머물기 때문에, 오타니는 이른바 파파라치가 포기할 정도로 사생활 관리도 완벽하다. 등번호 17번을 양보한 팀 동료의 부인에게 고가 승용차를 선물한 것도 분명 파격적이지만, 일본의 모든 초등학교에 글러브 3개를 선물하며 야구하자는 문구를 적은 것이야말로 오타니다운 모습이다.

 

온전히 오타니 개인이 잘해서 지금처럼 된 것이 아니다. 한 기자는 “일본의 야구 시스템”이 오타니를 만들어낸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훌륭한 부모의 가르침 △인간 오타니를 완성시켜준 고교 시절 은사 사사키 히로시 감독 △이도류 오타니의 정체성을 확고히 심어준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 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결국 오타니 같은 야구선수가 한국에서 나오려면 “훌륭한 인간과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을 양성하는 방법”과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는 게 한 기자의 생각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오타니는 어린 시절 집을 떠나 숙소생활을 하면서도 교환 일기 형식의 야구 노트를 통해 아버지와 소통했다고 한다. 사회인 야구선수 출신 아버지가 오타니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친 것은 ‘기본기’였다. 다른 게 없다. 큰 목소리로 활기차게 야구하라는 것, 케치볼 연습에 열중하라는 것, 최선을 다해 주루 플레이를 하라는 것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어드바이스다. 오타니는 이 3가지 가르침에 대해 “언제나 어느 단계에 간다고 하러다로 반드시 계속 해야 할 부분”이라며 “전력 질주하려는 마음과 자세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정 분야에 오래 종사할수록 망각하기 쉬운 것이 바로 기본을 지키려는 마음이다. 오타니는 시작부터 기본을 끝까지 지키려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할 수 있었다.

 

최고의 무대에 가서도 오타니는 매순간 전력 질주를 하고 있다. <사진=책 '인생은 오타니처럼'>

 

사사키 감독은 야구를 잘했던 고교팀의 에이스 투수 오타니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켰다고 한다. 사실 오타니만이 아닌 투수진 전체에 가장 번거로운 화장실 청소를 전담하게 했다. 사사키 감독은 “투수는 주목받는 만큼 겸허함을 갖춰야 한다”면서 “자만하면 결코 잘 될 수 없고 실력이 뛰어나도 자만해서 현실에 만족하면 지금보다 높은 단계로 나아가지 못 한다”는 이유로 투수진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킨 것이었다.

 

싫어하는 것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것이 정신을 단련시킨다. 누구나 싫어하는 화장실 청소, 투수들에게 그 겸허함을 몸에 갖추게 하고 싶다. 화장실처럼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바로 마운드다. 투수들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이유다.

 

사실 지금의 오타니가 지니고 있는 모든 루틴과 가치관의 원형이 바로 사사키 감독의 가르침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사키 감독은 싫어하는 것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겸허히 직면하는 법 말고도 3가지 가르침을 더 알려줬다.

 

①불가능하다고 포기하지 말고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긍정적으로 사고하기

②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소비와 결과물이 나오는 투자를 구분하기

③‘운’은 저절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으로 잡을 수 있다고 여기기

 

실제로 오타니는 고교 시절 화장실 청소를 담당했다고 한다. <사진=책 '인생은 오타니처럼'>

 

①과 관련하여 구리야마 감독(전 홋카이도 닛폰햄 파이터즈 감독/전 일본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일본 고교야구 최대어 오타니에게 최초로 이도류를 제안했는데, 단순히 오타니를 잡기 위한 레토릭이 아니었다. 전도유망한 투수의 길만 바라보던 오타니에게 타자로서의 길을 안내한 사람이 바로 구리야마 감독인데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가 될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그 누구도 해보지 않은 도전을 해보라는 취지였다. 오타니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닛폰햄 파이터즈에서 활약하면서 투수 등판 패턴, 몸 만들기, 투구 훈련과 타격 훈련 등 구리야마 감독의 철저한 플랜 아래 움직였다. 구리야마 감독은 오타니를 일본 최고의 이도류 선수로 만들어냈고, 그런 오타니는 일본 프로야구 NPB에서 MVP를 거머쥔 이후 비로소 메이저리그에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그래도 사람인데 메이저리그에서도 대성공 가도를 이어가며 MVP를 2년 연속 거머쥔 오타니는 도대체 무엇으로 동기부여를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다. 스포츠 심리학자 고다마 미쓰오는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직장을 구할 때 일의 내용이 재밌어야 한다는 걸 가장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취미라면 몰라도 적어도 프로라면 재밌는 일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일의 대부분은 일상적인 루틴의 반복이다. 오타니에게도 단순히 공을 많이 던지고 많이 치는 연습은 전형적인 재미없는 일이다. 하지만 ‘더 좋은 타격’이나 ‘더 빠른 공을 던지는 투구’를 주제로 탐구심을 갖게 되면 재미없는 작업도 갑자기 재밌는 작업으로 바뀌게 된다.

 

오타니도 “지금 어려워도 언젠간 극복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그걸 위한 연습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즐길 수 있는 마음과 더불어 고다마는 오타니에게 “자아실현의 욕구”가 있다고 역설했다.

 

어떻게든 살아있는 동안 최고의 나를 만나고 싶다는 궁극적인 자아실현 욕구야말로 오타니 선수에게는 매우 매력적이고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동기부여가 됐다.

 

궁극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작은 성취들이 모여야 한다. 오타니는 “이게 좋은지, 저게 좋은지 하루에 1개만 시도해본다. 한 꺼번에 2개는 하지 않는다. 그런 다음 이게 좋았어. 이건 어땠지. 그러면서 매번 시도해보는 식이다. 그걸 매일 아이패드에 기록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고다마는 이런 오타니의 실천법에 대해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내는 순간 뇌에선 도파민이라는 쾌감 호르몬이 다량으로 분비된다. 즉 성취감을 맛보면 또 다른 성장 욕구와 진화 욕구가 생겨나고 그것이 눈앞의 일에 집중하는 몰입 모드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나는 성취의 크기보다 빈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심리상담을 맡고 있는 많은 프로선수들에게 큰 성취감을 1년에 몇번 맛보는 것보다 매일 작은 성취감을 맛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기준 삼아 매일 작은 성취감을 연결해나간다면 우리는 높은 수준의 모티베이션을 유지할 수 있다. 그 결과로 꿈을 이루거나 큰 성취를 이루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마추어 골퍼가 있다면 그는 골프연습장에서 공 300개를 쳐서 원하는대로 멋진 샷을 연속으로 날렸다면 이것은 훌륭한 작은 성취다. 또는 헬스클럽에서 1시간 동안 자신이 계획한 프로그램에 따라 운동을 했다면 이 또한 훌륭한 작은 성취다. 그리고 이 작은 성취감을 글로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렵게 성취했음에도 그것을 글로 남기지 않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오타니가 유명해진 뒤로 덩달아 주목받고 있는 만다라 차트법. 실제 오타니가 고교 시절 작성했던 만다라 차트의 모습. <사진=책 '인생은 오타니처럼'>

 

끝으로 오타니의 역경 극복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오타니의 인생에도 고난과 역경이 있었다. 초등학교 야구선수 시절에는 소속 팀이 지역 대회에서 계속 패배해 전국 대회에 나가보지도 못 했고, 고시엔에선 처절한 쓴맛을 본 적도 있다.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2018년 시즌을 마치고 우측 팔꿈치 수술을 받고 다시 돌아왔지만 2020년 시즌까지 부진했다. 오타니는 “좌절의 경험이 없으면 기쁨의 경험도 없다”는 마음으로 모든 어려움들을 이겨냈다. 험난한 현재 상황에 과하게 반응하며 좌절하지 않고 그저 “자신을 도약시키는 시련”으로 여기고 묵묵히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고다마는 “역경 저항력을 높이는 또 다른 요소는 가만히 있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라며 “용기를 내서 오타니처럼 행동을 취해야 한다.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행동을 기준 삼아 다시 행동에 나서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후회할 시간이 있다면 과감하게 행동으로 옮기길 바란다. 그래야 이 핑계 저 핑계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보다 고민하지 않게 된다. 오타니가 시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 효능감이 매우 강했기 때문이다. 자기 효능감은 좌절과 실패를 겪으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믿고 계속 노력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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