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재근 촌장이 던지는 메시지 "조국 위해 뛰는 건 옛말, 금메달은 자신을 위해"

[인터뷰] 장재근 촌장이 던지는 메시지 "조국 위해 뛰는 건 옛말, 금메달은 자신을 위해"

한스경제 2024-06-27 17:59: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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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근 대한체육회 선수촌장이 26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진천=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6.26.
장재근 대한체육회 선수촌장이 26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진천=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6.26.

[진천=한스경제 강상헌 기자] 장재근(62)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에는 ‘내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화양연화는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을 뜻한다. 장 촌장은 27일 선수촌에서 본지를 만나 “저에게 있어 지금만큼 화려하고 행복한 날이 없다. 그리고 선수들도 저처럼 프랑스 파리에서 화려하고 행복한 날을 겪었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한국 선수단의 2024 파리 올림픽 전망이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최소 규모인 21개 종목 140여 명으로 꾸려졌다. 축소된 선수단과 함께 메달 전망도 어둡다. 선수단은 파리 올림픽 성적을 금메달 5개, 종합 순위 15위권 내로 예상한다. 올림픽 전망이 어두워지면 국가대표 선수들의 요람인 진천선수촌도 분위기가 가라앉기 마련이다. 그런데 파리 올림픽을 30일 앞둔 26일 방문한 선수촌의 분위기는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들의 얼굴은 밝았고, 훈련 중에는 웃음꽃이 폈다.

장재근 대한체육회 선수촌장이 26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진천=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6.26.
장재근 대한체육회 선수촌장이 26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진천=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6.26.

◆장재근 촌장이 강조하는 ‘소통’

분위기가 밝아진 데에는 장 촌장의 노력이 있었다. 지난해 3월 부임했을 때만 하더라도 선수촌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장 촌장이 부임 후에 훈련 강도를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권고사항이었던 새벽 운동을 1주일에 4번으로 의무화했고, 2주에 한 번씩 토요일 오전마다 전체 산행을 하도록 했다. 당시 체육계 일각에서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장 촌장이 새벽운동과 전체 산행을 실시한 이유는 체력 증진, 정신력 강화만 있었던 건 아니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가 있다. 바로 소통이다. 장 촌장은 산악 훈련 시작 전에 꼭 마이크를 잡는다. 그러고선 선수들 앞에서 “파이팅하자, 꿈을 위해서”라고 외친다. 이후 최근 국제대회 등에서 인상적인 성과를 낸 선수들을 호명한 뒤 함께 박수를 쳐준다. 반복된 훈련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지쳐있는 선수들의 자존감을 조금이라도 더 세워주기 위함이다.

장 촌장은 촌장과 선수 간의 소통뿐만 아니라 종목이 서로 다른 선수와 선수 간의 소통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선수들이 자신과 다른 종목 선수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다. 선수단이 다 같이 모이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산악 훈련에서 선수들끼리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공감대도 형성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며 “매주 진행하니 선수들이 조금씩 똘똘 뭉치는 모습을 봤다. 또한 소통 창구가 늘어난 덕분에 선수들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지금은 선수들에게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까짓것 해보죠. 뭐!’하면서 자신감을 보인다”고 전했다.

장재근 대한체육회 선수촌장이 26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진천=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6.26.
장재근 대한체육회 선수촌장이 26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진천=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6.26.

◆땀의 보상은 흘린 이의 것

물론 선수촌에서 가장 중요한 건 땀을 얼마냐 흘리느냐다. 장 촌장도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과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힘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선수촌은 땀을 흘리기 위해 들어오는 곳이다. 미치도록 운동하고 싶은 선수만 와야 한다”며 “세계 1등이 되려면 세계 1등 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체력이 받쳐줘야 노력을 할 수 있다. 기술 습득은 무한 반복인데 힘들면 반복할 수가 없다. 체력이 뒷받침된 뒤에는 곧바로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수백 번 수천 번 기술 반복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이러한 땀의 보상인 금메달이 ‘국위선양’의 의미로 귀결되기도 했다. 장 촌장에게 국위선양의 의미를 묻자, 그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시대가 변했다”며 딱 잘라 말했다. 이어 “조국을 위해서 금메달을 딴다는 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옛말이다. 과거에 제가 선수로 뛴 시절에는 그런 식으로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선수 본인을 위해서 금메달을 따야 한다. 직접 흘린 굵은 땀의 보상은 선수가 차지해야 한다”면서 “저는 선수들에게 ‘국가대표 선수가 곧 대한민국이고, 코리아다. 어차피 선수가 1등을 하면 한국이 1등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국위선양 같은 부담은 내려놓고 자신을 위해서 시합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연봉도 올라간다’고 우스갯소리까지 한다”고 말했다. 

장재근 대한체육회 선수촌장이 26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진천=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6.26.
장재근 대한체육회 선수촌장이 26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진천=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6.26.

장 촌장은 선수들이 승리의 행복을 느껴가며 나아가기를 바랐다. 그는 “승리의 목표는 다 다르다. 자신의 목표가 금메달리스트라면 금메달을 따야 행복하다. 목표가 예선 통과라면 예선 통과만으로도 행복할 수가 있다”며 “이 행복은 선수를 응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우리가 왜 국가대표 경기를 보며 대한민국을 외치는가. 엘리트 체육 선수들이 짜릿한 쾌감을 대리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자신이 느낀 행복을 그대로 나눠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선수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장 촌장은 다음 달 12일 프랑스로 떠난다. 올림픽 개막에 앞서 퐁텐블로 사전캠프를 방문해 준비 과정을 살피고, 선수들의 컨디션과 준비상태를 직접 점검한다. 이후 올림픽이 폐막할 때까지 파리에서 선수단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장 촌장은 파리에서 선수단과 함께하는 것에 대해 “선수들을 끝까지 책임지는 게 제가 해야 할 역할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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