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동안 이어진 치열한 한일전”…비영리광고모임 발광, 이번엔 위안부 문제 재조명

위안부 옥외 광고물. [사진제공=발광]

【투데이신문 이수민 기자】‘위안부’에 대한 한국 사회의 줄어든 관심을 축구 ‘한일전’에 비유해 제작한 비영리광고모임 발광의 옥외광고물이 화제다.

지난달 27일 발광 인스타그램에 한 옥외광고물 사진이 올라왔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선수의 모습과 ‘대한민국 VS 일본’이라는 카피다. 이 때문에 축구 한일전의 홍보 콘텐츠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엔 반전이 있다. 해당 광고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일전의 일시와 장소가 ‘11.23(목) 서울고등법원’(2023년 2차 위안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날짜)이라고 나와있다. 의문을 품은채 반대편으로 시선을 옮기면 평화의 소녀상이 보이고 이와 함께 ‘33년 동안 이어진 치열한 한일전’, ‘승패에 관심이 사라져가는 ‘위안부’ 피해생존자가 오직 8명이 남은 지금 당신의 관심이 필요합니다’라는 카피가 적혀있다.

위안부 옥외 광고물. [사진제공=발광]

이렇듯 광고는 스포츠 경기 한일전에는 관심이 많은 한국 사람들이 정작 기억해야 할 진정한 한일전인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는 현실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광고 이후 사람들의 반응은 광고의 기획 의도와 이어졌다. 해당 광고 사진이 올라온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의 누리꾼들은 “‘한일전은 못 참지’하고 들어왔는데 의도를 알고 보니 정말 잘 만든 광고다”라고 칭찬하는 한편 한 누리꾼은 “‘위안부’ 표현에서 이미 진 것"이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한일전’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스포츠 경기를 떠올린다. 한국 사람들은 한반도가 35년간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식민 지배당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있기 때문에 한일전에서만큼은 더 열정적으로 한국의 승리를 기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광고에서는 한일전이 스포츠 경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33년 동안 이어진 치열한 한일전’을 견디고 계신 위안부 피해자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한국사람들에게 전한다.

위안부 옥외 광고물. [사진제공=발광]

이 광고를 기획한 발광의 멤버 김용훈씨는 <투데이신문> 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11월 23일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2심에서 최종 승소하는 의미 있는 판결이 있었다”며 “당시 한국에서는 승소 기사가 몇 번 나오다 말았고 시간이 흐르니 이 소송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는 것 같아서 이 문제를 사람들이 깨닫고 스포츠 경기만큼의 관심을 위안부 문제에도 가져줬으면 하는 마음에 이 광고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공익 광고를 10년 넘게 했지만 직접 와닿지 않는 문제의 경우,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위안부, 실종 아동, 가정폭력 문제 등의 주제도 매우 중요한데 정작 우리 사회에서는 깊게 논의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한편 발광은 ‘세상을 밝히는 광고’의 뜻을 가진 비영리 광고 모임이다. 2014년부터 9년째 활동하며 공익광고를 통해 사람들이 잊고 있던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발광의 대표적 광고 캠페인으로는 2020년 실종 아동 생일 축하 캠페인, 2017년 아동 학대 방탈출 캠페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