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 거부? “군 통수권자로서 자격 없다”

채상병 특검 거부? “군 통수권자로서 자격 없다”

평범한미디어 2024-06-02 22:37:00 신고

3줄요약

#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32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거두절미하고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다른 거는 몰라도, 다른 거는 다 그냥 차치하고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거부한다는 건 군 통수권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지난 28일 개최된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장에서 채상병 특검법은 두 번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따른 두 번의 재표결 결과 부결로 결론이 났다. 재석 294표 중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였다.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국회로 다시 돌아온 안건에 대해서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될 수 있다. 국회의원 15명의 찬성표가 부족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이후 지금까지 14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진=KBS 캡처>

 

박 센터장은 30일 14시반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군 통수권자의 자격이 없으면 내려와야 한다”면서 탄핵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가장 큰 권한이자 책임 중에 하나가 군 통수권이다. 우리나라 군인 수가 60만인데 60만이나 되는 군인들한테 신임 받지 못 하는 대통령을 우리가 보고 있을 이유가 있을까? 다른 일들을 다 잘 하고 있더라도 이 사건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큰 이슈가 돼서 굉장히 큰 비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사실 다른 것들도 잘하고 있는 게 거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의 자격을 놔버렸다. 이제 앞으로 윤석열 정부는 더 이상 보수라고 부르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박 센터장이 생각하는 보수의 기본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야 되는 것”이다. 나라 안보에 가장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는 해병대 예비역들이야말로 보수 중의 보수다. 그러니까 박 센터장은 “군인 한 사람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이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나라 전체를 움직일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줘야 군인들도 우리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고 임무 수행을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표결 결과에 대해 박 센터장은 “진짜 너무 예상대로 나왔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 눈치를 너무 봤다라는 문제가 아니고 이거는 마지막 표결이다. 어떻게 해도 된다. 괜찮다. 다음에 우리는 안 나오니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하나 놓쳤던 게 있다. 초선으로 끝낼 거 아니지 않은가. 한 번 낙선했다고 다음에 안 들어올 거 아니지 않은가. 무기명의 힘도 있는 것 같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민주당 이탈표가 좀 있었는데)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게 민주당이라고 본다. 무기명이기 때문에 당론과 반대되는 표를 던져도 드러나지 않는다. 이게 민주당 쪽에서는 작용을 하는데 국민의힘 쪽에서는 작용하지 않았다.

 

연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통화 내역 등 윤 대통령의 채상병 수사 개입 사실이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당권파와 대통령실에서는 거듭해서 공수처와 경찰이 수사하고 있으니 지켜봐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박 센터장은 “사실은 그 얘기가 일견 통했다”면서도 “단정적으로 말씀드리면 이거는 공수처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니까 공수처가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든 야당은 무조건적으로 특검을 요구할테니 최대한 대통령과 고위급 인물들에 대해서는 건들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달라는 게 여당의 속내라는 취지다.

 

22대 국회(2024~2028)가 시작하는 마당에 여야 협치 정국이 열리기는커녕 여전히 경색 국면인데 또 다시 윤 대통령은 거부권 카드를 빼들었다. 얼마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회동해서 여러 의제들에 대해 대화를 나눴지만 여야간에 협상의 여지가 보이질 않고 있다. 이를테면 채상병 특검을 받을테니 김건희 특검은 철회해달라는 타협 같은 게 전혀 없다. 박 센터장은 “얼마전 기자회견을 했을 때 윤 대통령이 특검은 내가 원할 때 할 것이라는 의미를 피력했다고 말씀드린 적 있다”며 “그게 무슨 얘기냐면 윤 대통령은 본인의 원칙에 맞으면 거래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주고받는 정치를 할 수 있는 정치인이 아닌 자기 기준에 맞으면 받아들여야 되고 자기 기준에 맞지 않으면 거래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박 센터장은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 외에도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된 4개 법안들(전세사기 특별법/민주유공자 예우법/농어업회의소법/지속가능한 한우산업 지원법)에 대해 모두 거부권을 행사하자 페이스북을 통해 아래와 같이 설파했다.

 

한 꺼번에 4개 법안을 거부했다. 윤석열을 거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역대 최다 거부권 사용자를 거부할 수 없다. 슬프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이재명을 찍었으나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지 못 했다. 대통령이 지나치게 많은 법안에 대하여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회 모독이나 권력 남용으로 처벌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2년에 14건은 너무 많다. 이 추세면 35건인데 민주화 이후 전임 대통령이 행사한 경우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채상병 특검법이야말로 레드라인이다. 뉴스에 조금만 관심 있는 초등학생도 권력이 개입해서 채상병 사건의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민주당이 두 번의 거부권이 가해졌더라도 22대 국회에서 또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끈질기게 나오는 이유가 있다. 김건희 특검법처럼 단순 공세용이 아니다.

 

그렇게 많은 10개 넘는 법안을 거부했을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후폭풍이 어느 쪽에 더 거센가를 보면 된다. 보수 중의 보수라는 해병대에서 들고 일어났다. 그럼 얘기 끝난 거다. 나라의 최후를 책임져줘야 되는 사람들 중에서도 본인들이 원해서 자부심으로 제대하고 나서도 기수 가지고 똘똘 뭉쳐 있는 분들이 지금 화가 나 있다. 윤석열은 5년이고 해병대는 영원하다. 지금 키는 해병대가 쥐고 있다. 해병대가 어떤 액션을 취한다? 예를 들어서 국민의힘이라든지 용산쪽에 항의 방문 비슷하게 하거나 아니면 해병대 예비역들 중에서 국민의힘 당원들이 집단으로 탈당을 한다? 이런 정치적인 행동들이 나오게 되면 일은 더 커진다. 무엇보다 박정훈 대령 동기들이라든지 아니면 그 반열에 있던 사람들이 안에서 호응을 해주면 일이 훨씬 커질 것이다. 근데 안에서 호응해주기는 쉽지 않다. 이게 검찰 출신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검찰 출신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기도 하지만 사법부에 대한 영향력을 무시 못 한다.

 

정말 윤 대통령의 통화 내역이 스모킹건으로 작용할까? 박 센터장은 “점점 박근혜 탄핵 시기에 태블릿 PC 같은 느낌이 좀 든다”면서 22대 국회 전반기까지 살얼음판 정국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의 대통령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혹은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대응법의 차이를 보면 되는데 이전 대통령들은 거센 비판에 직면하면 조금씩 금이라도 가서 한 발짝 앞으로 갈 수 있었다. 근데 윤석열 정부에선 앞으로 한 발짝 가는 거 되게 힘들다. 당내 세력들조차도 당정 협의를 통해서 조금씩 대통령을 움직이는 게 있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들면 당의 대표도 쫓아낸다. 지금 정당 정치가 자취를 감추고 우리가 걱정했던 검찰 공화국의 왕정 정치와 비슷하다. 1970~80년대 내가 이런 얘기하고 있었으면 남산에 끌려갔을텐데 지금 분위기가 거의 그 분위기하고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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