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전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년 만에 처음으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영수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본인이 준비한 A4 용지를 꺼내며 그동안 윤 대통령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을 빠짐없이 전했다.
서로 안부를 물으며 악수를 한 두 사람은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기도 했다. 이 대표가 “초청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오늘 이렇게 용산에 오시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반갑고 기쁘다. 하고 싶으신 말씀 편하게 하시고 가시라”고 발언했다.
이후 다른 참석자들과도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비공개 회담에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재명 대표가 “퇴장할 것은 아니고”라며 취재진의 퇴장을 막았다. 그러면서 본인이 준비한 원고를 꺼냈다. 한눈에 보더라도 상당히 많은 양이었다.
이 대표는 “제가 대통령님 말씀을 먼저 듣고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먼저 하시겠냐”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웃으며 “아니다. 손님이 오셨으니 말씀을 먼저 듣겠다”며 발언을 양보했다. 그러자 이재명 대표는 여러 가지 의제에 대해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앞에서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이며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듣던 윤 대통령의 표정이 굳어지는 몇몇 순간도 있었다. 민생 현안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이 대표는 “입법부와 행정부는 국정을 함께 이끄는 존재다”라며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굴복시키려 한다면 성공적인 국정 운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달라”라는 발언과 “채상병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적용을 수용해달라”며 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가족이나 주변 분들의 여러 의혹들에 대해서는 이제 정리하고 넘어가시는 것이 좋을 듯 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첫 영수회담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최대한 이재명 대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밝은 표정을 계속해서 유지하려 노력했고 이 대표에게 여러 차례 감사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 역시 윤 대통령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에 관한 공동 합의문이 없다는 점과 양측이 따로 브리핑을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긴 했으나 입장 차를 조금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앞으로 영수회담을 몇 차례 더 이어 가기로 두 사람이 합의한 만큼 이 대표의 임기가 마무리되기 전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다시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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