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은 글로벌 파트너' 강조…日매체 "연설에 반성 담지 않고 철저하게 미래지향 고집"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1일(현지시간) 일본 총리로는 9년 만에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 나섰지만, 과거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미국이 수십 년간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일본이 미국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서 미국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이제 미국의 지역 파트너가 아니라 글로벌 파트너가 됐다"며 "양국 관계가 이처럼 긴밀하고 비전과 접근이 이렇게 일치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일본 외무성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연설 제목은 '미래를 위해, 우리의 글로벌 파트너십'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일본이 미국과 함께 역할을 하는 관계의 미래상을 제시했다"며 "미국이 완수해 온 역할에 대한 '각오'와 '존귀한 희생'에 경의를 나타내면서 관여를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15년 '희망의 동맹으로'라는 제목으로 한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을 표명했지만, 기시다 총리는 역사 문제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요미우리는 기시다 총리 측근 견해를 인용해 "이번 연설은 과거에 대한 반성을 담지 않고 철저하게 미래 지향을 고집했다"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15년 4월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우리(일본)는 전쟁(2차 세계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의 마음으로 전후를 시작했다"며 "우리의 행위가 아시아 국가의 국민에게 고통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것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역대 총리들에 의해 표현된 관점들을 계승하겠다"고 덧붙였다.
아베 전 총리는 영어로 한 연설에서 '깊은 반성'(deep remorse)이라고 했지만, 일본어 번역본은 이 대목을 '통절한 반성'으로 명시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이처럼 반성을 언급했지만, 당시 주요 외신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은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미일 동맹 강화만 강조했을 뿐 과거사 문제를 입에 올리지 않아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이 후퇴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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