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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나발나야는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알렉세이를 살해함으로써 내 심장의 절반, 내 영혼의 절반을 죽였다”며 “나머지 절반은 나에게 굴복할 권리가 없다고 말해준다. 나는 알렉세이 나발리가 해왔던 일, 조국을 위한 투쟁을 (이어 받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발나야는 이어 “나는 여러분들이 나의 분노를 공유해주길 바란다. 감히 우리의 미래를 살해한 자들에 대한 나의 분노, 나의 한, 나의 증오다”라며 지지를 촉구했다. 그는 또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를 죽인 이유를 조만간 공유하고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도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로이터는 “나발나야가 남편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푸틴 정권에 맞서 야권 지도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며 “강력한 신임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또 “47세인 두 아이의 어머니는 세계 주요 운동가·활동가 미망인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나발나야의 정치 투쟁 선언이 다음달 러시아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친(親)크렘린 세력 일부가 나발나야를 푸틴 정권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SNS에서 그녀를 약화시키려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발니는 지난 16일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교도소에서 급작스럽게 사망했다. 교도소 측은 나발니가 산책 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나, 나발니 측근들과 국제사회는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살해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나발니는 2021년 가석방 위반, 법정모욕죄, 불법 금품 취득, 극단주의 활동, 사기죄 등의 혐의로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240㎞ 떨어진 제6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지난달 돌연 제3교도소로 이송됐다.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의 사망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푸틴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나발니의 사인을 밝히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의 반응과 관련해선 “추가로 말할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나발니 측은 러시아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며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메일과 SNS를 통해 나발니 살해와 관련된 정보를 제보해달라고 요청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 정부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목소리와 더불어 제재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게 주요 지도자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나발니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강력 비판했다.
유럽연합(EU)은 나발니 죽음에 대한 독립적이고 투명한 국제사회의 조사가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외교장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러시아 제재를 포함해 그들의 행위에 대한 추가적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대(對)러 제재 관련 질문에 “이미 제재를 하고 있지만,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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