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사커루’ 호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일정이 16강전에서 마무리됐다. 선전했지만 결과가 아쉽기에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비록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박수 받아 마땅한 시간을 보낸 건 분명하다.
사실 호주가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할 거라고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대회 전 유럽축구통계전문사이트 '옵타'는 프랑스와 덴마크의 16강 진출을 각각 87.9%와 72.1%로 예상했다. 반면, 호주에 대해선 20.7%로 예측했다. 호주는 거스 히딩크(76)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 2006년 독일 대회 이후 16강에 진출한 경험이 없다. 당시에는 전설인 팀 케이힐(43)을 비롯해 마크 비두카(47), 마일 예디낙(38), 마크 슈워처(50), 해리 키웰(44) 등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 즐비할 정도로 강한 전력을 뽐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눈에 띄는 ‘에이스’가 딱히 없었다. 26명의 명단 중 월드컵 본선 무대를 경험한 선수는 단 9명뿐이었다. 반면,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인 선수는 17명이나 됐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참가했던 골키퍼 매튜 라이언(30·코펜하겐)과 매튜 레키(31·멜버른 시티), 애런 모이(32·셀틱) 정도가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였다.
본선에 오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회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3위에 그쳐 탈락 위기에 몰렸다. 이후 치른 플레이오프에서 A조 3위 아랍에미리트(UAE)를 꺾었고,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서 남미 5위 페루를 승부차기 끝에 제압한 뒤 극적으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본선에서도 첫 단추를 잘못 뀄다. 조별리그 D조 첫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상대로 1-4로 완패할 때까지만 해도 16강행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튀니지와 덴마크를 연달아 꺾고 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튀니지전 41.9%, 덴마크전 31.3%로 볼 점유율에서 밀렸지만, 탄탄한 두 줄 수비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역습 축구로 기적을 연출했다. 한국, 일본과 함께 아시아축구연맹(AFC) 돌풍을 몰아치며 자존심을 지켜냈다. 아시아 3개국이 16강에 오른 건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처음이다.
8강 진출엔 실패했으나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아르헨티나를 끝까지 진땀 흘리게 만들었다. 먼저 두골을 내준 뒤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추격전을 벌였다. 1-2로 뒤진 경기 종료 직전 놀라운 집중력으로 동점 찬스를 만들어 축구팬들의 감탄사를 이끌어냈다. 16년 전보다 스쿼드가 빈약했지만 영광은 그에 못지 않다. ‘아름다운 패자’로 퇴장하지만 호주가 보여준 투지와 정신력은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은은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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