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일본이 유럽 전통의 강호들을 연달아 격파했다. ‘죽음의 조’로 불렸던 E조(스페인·독일·코스타리카)에서 조 1위로 통과하는 대이변을 완성시켰다. 월드컵 역사에 남을 만한 자이언트 킬링(약팀이 강팀에 승리하는 것)의 밑바탕에는 모리야스 하지메(54) 일본 감독의 절묘한 용병술이 있었다.
축구에는 ‘슈퍼 서브’라는 용어가 있다. 교체로 그라운드에 투입돼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를 뜻한다. 교체 선수들이 활약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의 선택이다. 어느 시점에서 어떤 선수를 투입하느냐는 전적으로 감독의 몫이기 때문이다. 교체 카드가 매번 최고의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경기를 그르치기도 한다. 리스크를 동반하는 선택인 만큼 감독에게는 단호한 결단력이 필요하다.
모리야스 일본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적재적소에 최고의 선택을 하고 있다. 2일(이하 한국 시각) 무적함대 스페인을 2-1로 꺾은 데에도 신들린 용병술이 있었다. 이날 일본은 전반전 선제골을 허용했다. 0-1로 전반전을 마쳤다. 모리야스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2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했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 도안 리츠(24·프라이부르크)와 왼쪽 측면 공격수 미토마 카오루(25·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를 동시 투입했다. 아울러 백 5에서 백 4로 전환하며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교체 카드와 전형 교체는 그대로 적중했다. 후반 3분 오른쪽 측면에서 도안의 벼락같은 동점골이 터졌다. 후반 6분에는 교체로 투입된 미토마가 역전골을 도왔다. 리드를 잡은 뒤 모리야스 감독은 이전과 다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비수 토미야스 타케히로(24·아스널)와 미드필더 엔도 와타루(29·슈투트가르트)를 차례로 투입하면서 수비를 강화했다. 그 결과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지으며 2-1 승리를 거머쥐었다.
모리야스 감독은 지난달 23일 독일전(2-1 승)에서도 빼어난 용병술을 보여준 바 있다. 당시 후반 30분경에 교체 카드 5장을 모두 소진했다. 공격수들을 대거 투입했고, 전형 변화도 꾀했다. 교체로 투입된 선수들이 모두 득점을 터트렸다. 도안은 그라운드를 밟은 지 4분 만에 동점골을 터트렸고, 후반전 초반 교체 투입된 아사노 타쿠마(28·보훔)는 후반 38분 역전골을 쏘아 올렸다.
독일과 스페인을 상대로 모두 짜릿한 역전극을 만든 일본은 조 1위로 16강 무대에 올랐다. 이날 16강행으로 최초의 기록도 쓰게 됐다. 월드컵 32강 체제 이후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 최초로 두 대회 연속 16강에 올랐다. 아울러 월드컵 7승째를 마크했다. 통산 6승의 한국을 누르고 아시아 최다승 팀으로 우뚝 섰다.
모리야스 감독과 함께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16강에서 F조 2위 크로아티아와 격돌한다. 조별리그에서 유럽의 강호들을 격파한 만큼 크로아티아를 넘어 사상 첫 8강 진출까지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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