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보고서…"관련 교육·정책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한파가 정말 심한 날 중학교 예비 소집일이라 학교에 가서 교과서와 유인물을 들고 오다가…제가 '겨울왕국'의 안나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한파가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어요."
아이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일상 속에서 겪는 이상기후와 재난이 아이들의 신체·심리적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문제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관련 교육과 정책이 필요하고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는 '기후변화 위기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작년 9월 1∼12일 서울·전북·부산 지역 11∼16세 아동 29명을 상대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아이들은 기후변화 위기를 삶에서 떨어지지 않는 '껌'이나 일상을 괴롭히는 '모기'처럼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방해꾼 같은 존재로 인식했다.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기후변화 문제는 아이들에게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활동을 제약하고 우울감 등 심리적 문제와 대인관계 어려움 등을 야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아이들은 폭염과 기습폭우, 한파 등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등·하교나 외출할 때 안전사고를 주의해야 했고, 날씨 때문에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답했다.
이는 무기력함과 스트레스, 짜증,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으로 이어졌고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비대면 수업이 늘면서 친구와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 아동은 "비가 너무 많이 와 학교에 가기 힘들었고 기분이 처져 친구와 놀아도 노는 것 같지 않았다"고 답했다.
아이들은 기후변화 위기 대응에 있어 재난 문자나 학교 등에서 받은 교육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 참여자는 실제로 지진이 났을 때 학교에서 지진대피 훈련을 한 대로 책상 밑에 숨었던 경험이 있다며 실제 위기 상황에서 배운 내용을 떠올려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아이들은 기후변화 위기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보고 국가와 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기대했다.
정부에는 ▲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활성화 ▲ 환경교과목 개설 ▲ 지자체별 기후 공청회 등 방안을 제시했고, 기업에는 ▲ 제조 및 공정 개선 ▲ 에너지 효율성 제고 ▲ 친환경 상품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일상에서도 시민들이 제로 웨이스트 실천, 에너지 절약 등 작은 실천을 노력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여겼다.
연구진은 "2008년 실시된 환경보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는 국민 90%가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여기지만 환경문제 중 정부가 먼저 개선할 분야에서 지구온난화·기후 변화(13.5%)는 생활 쓰레기(26.3%)에 비해 낮은 응답을 보였다"며 "이상 기후가 핵심 이슈가 된 요즘 아동들의 인터뷰 결과는 과거 연구 결과와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 기후변화로 인한 아동의 부정적 심리·대인관계 문제 완화를 위한 프로그램 서비스 마련 ▲ 학교 및 지역사회복지관에서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정규 교육 및 훈련 제공 ▲ 정부의 적극적 정책 및 서비스 실천 ▲ 기후변화 위기 대응 활동에 아동 참여 기회 확대 등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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