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의 초밥에 철학을 담다, 대규스시 임대규 셰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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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의 초밥에 철학을 담다, 대규스시 임대규 셰프의 이야기

뉴스로드 2025-12-12 15:38:08 신고

대규스시 임대규 셰프
대규스시 임대규 셰프

[뉴스로드] 대학로 한복판의 밝고 분주한 분위기와는 달리, 그 뒤편 조용한 골목 안쪽에는 오래도록 한 자리를 지켜온 스시야가 있다. ‘대규스시’. 이곳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임대규 셰프다. 초밥 한 점을 만들기까지의 시간, 과정, 태도. 그 모든 것을 누구보다 오래, 진지하게 들여다본 사람.

임대규 셰프의 요리 인생은 스무 살 무렵, 마산의 작은 일식집에서 시작됐다. 군 전역 후 우연히 들어간 아르바이트 자리였지만, 그곳에서의 경험은 그를 요리 세계로 이끌었다. 이후 대구 호텔인터불고를 거쳐 서울 강남의 유명 일식집들에서 기본을 다시 다지며 기술을 쌓았다.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더 깊은 배움이 필요하다고 직감했다. 그래서 많은 것을 내려놓고 일본 신주쿠조리학교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얻은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마음가짐’이었다. 재료를 대하는 태도, 손님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무엇보다 장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 점검.

대학로를 가게 자리로 선택한 이유 역시 단순하지 않다. 연애 시절 아내와 자주 걸었던 거리였고, 낯선 서울살이 속에서도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던 장소였다. 그래서 임 셰프는 화려한 상권 보다, 자신의 마음이 머무는 곳을 선택했다. 2015년 문을 연 이후, 대규스시는 조용히, 그러나 꾸준하게 손님들의 신뢰를 얻으며 대학로 대표 스시야로 자리잡았다.

대규스시
대규스시

대규스시의 초밥은 겉으로는 단정하지만, 그 안에는 셰프의 오랜 시간이 담겨 있다. 제철 재료를 고르고, 그날의 습도와 온도에 맞춰 샤리를 조정하고, 네타와 밥이 가장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지점을 찾는다. 대규스시의 샤리가 특별한 이유는 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단맛이나 강한 초향이 아니라, 쌀이 가진 자연스러운 단맛을 살려 네타와의 조화를 우선한다. 그래서 이곳의 초밥은 화려한 맛보다 ‘길게 남는 맛’을 지향한다. 실제로 손님들은 초밥이 입에서 사라진 뒤에 남는 긴 여운을 대규스시의 매력으로 꼽는다.

임대규 셰프는 늘 말한다. “상인이 아닌 장인이 되겠습니다” 이 문장은 그가 만든 문구가 아니라 그의 삶을 설명하는 말에 가깝다. 그는 요리를 하면서도 스스로를 끊임없이 단련해왔다. 일본에서 배운 카빙 기술로 국제대회에 출전해 수상했고, 조리고등학교에 재능기부 강의를 하며 후배들을 돕고 있다. 성공 이후 여유를 찾는 대신, 그는 여전히 배우고, 가르치고, 연구한다. 그래서 그의 초밥은 단순한 한 점이 아니라 하루하루 쌓아온 시간의 기록처럼 느껴진다.

대규스시가 대학로에서 오래 사랑받는 이유도 결국 이 한 사람에게서 비롯된다. 빠르게 변하는 동네에서 유행을 좇기보다, 오늘도 같은 자세와 마음으로 초밥을 쥐는 셰프가 있다는 사실. 손님들은 그 꾸준함을 믿고 다시 찾는다.

그래서 대규스시는 맛집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곳은 초밥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한 장인의 철학이 형태를 가진 장소다. 초밥 한 점 안에 삶의 태도를 담는 사람, 그 사람이 만들어가는 브랜드. 대규스시는 그렇게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대학로에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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