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을 딛고, 희귀질환을 넘어…‘살아내는 아이들’의 이야기('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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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을 딛고, 희귀질환을 넘어…‘살아내는 아이들’의 이야기('동행')

뉴스컬처 2025-12-12 15:24:16 신고

[뉴스컬처 김기주 기자] 찬바람이 스치는 겨울, 누군가는 여전히 삶의 무게와 맞서고 있다.

바닷가 마을에서 할머니 손을 꼭 잡고 하루를 버텨내는 두 살 지호, 그리고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다시 걷기 위해 싸우는 열두 살 휘상. 살아온 환경도, 마주한 아픔도 다르지만, 두 아이의 곁에는 포기 대신 사랑을 선택한 가족이 있었다. 병원과 집을 오가며 숨 고를 틈 없이 달리는 엄마의 발걸음, 칠순의 몸으로도 손자를 품어 안는 할머니의 두 팔. 화려하지 않아도, 위대하지 않아도, 이들은 오늘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내일’을 만들어낸다. 우리 곁에서 조용히 빛나는 작은 용기들,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사진=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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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호야, 사랑해

추운 겨울바람이 스치는 서산의 바닷가 마을. 그곳에서 동네 사람들의 마음을 단번에 녹여버리는 ‘반짝 스타’가 살고 있다. 올해 두 살, 해맑은 미소로 모두를 사로잡는 지호다. 교회 목사님은 하원 시간을 챙기고, 이웃들은 지호를 위한 요구르트를 냉장고에 쟁여둘 정도다.

하지만 지호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단연 할머니 규자 씨(70). 밥을 먹을 때도, 잠에서 깨 화장실을 갈 때도 할머니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는 ‘할머니 껌딱지’. 이 사랑스러운 의존 뒤에는 말하지 못한 사연이 숨어 있다.

결혼도 올리지 못한 채 부모가 된 아빠와 엄마는 오래 함께하지 못했다.

홀로 양육이 어려웠던 아빠는 결국 지호를 위탁가정에 맡길 수밖에 없었고, 그 소식을 들은 할머니는 주저 없이 손자를 데려왔다. 허리 수술로 장애 판정을 받고, 신장과 간까지 좋지 않은 몸이었지만, 손자를 향한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강했다. 칠순의 나이에 시작된 황혼육아. 그러나 지호는 할머니에게 하루하루 살아갈 힘을 주었다.

지호는 희귀질환인 과성장 증후군(코헨-깁슨 증후군)을 앓고 있다.

또래보다 큰 손·발, 발달 지연. 말은 아직 ‘엄마’, ‘아니야’뿐이다. 언어치료를 받고 싶어도 장애 등급이 나오지 않아 계속 밀리는 상황.

“말만 조금 더 트이면 얼마나 좋을까…”

훌쩍 커버리는 손자를 보며 할머니의 마음은 오늘도 조급하게 흔들린다.

사진=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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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 휘상아

2021년 11월 3일. 휘상(12)의 시간은 그날에서 멈춰 있다. 담배꽁초 하나가 불러온 화재는 가족의 삶을 산산이 흔들어 놓았다. 119 신고를 위해 뒤에 남은 엄마 대신, 아빠는 휘상을 데리고 먼저 밖으로 향했지만, 열린 방화문은 불길을 더 키웠다. 그 순간 휘상과 아빠는 큰 화상을 입었다.

“엄마, 파이팅.”

중환자실로 들어가기 직전, 휘상은 그렇게 씩씩하게 말을 남겼다.

하지만 엄마가 마주한 아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참혹했다.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눈만 겨우 뜰 수 있는 상태. 저산소증으로 인한 허혈성 뇌병증, 말초 신경 손상까지 겹쳐 손발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엄마는 멈추지 않았다.

피부 재생을 돕는 레이저 치료, 근력을 위한 물리치료, 그리고 로봇 보행 훈련까지—휘상의 하루는 치료로 가득 차 있다. 그만큼 엄마의 하루도 휘상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정작 엄마도 아프다. 고혈압에 확장된 담낭관, 자궁근종까지… 스스로 치료가 필요하지만, 휘상을 대신 봐줄 사람은 없다. 그래서 엄마의 치료는 늘 뒤로 밀린다.

치료비, 세상의 시선, 끝나지 않는 재활. 무게를 버티기엔 너무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엄마는 단 하나를 믿는다.

“언젠가 휘상이가 자기 발로 걸을 수 있게 되기를.”

그 바람 하나가 이 가족을 계속 앞으로 움직이게 한다.

 

지금도 우리 곁에서 묵묵히 버티며 내일을 준비하는, 누군가의 아이이자, 누군가의 가족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13일(토) 오후 6시 KBS1 '동행'에서 확인 가능하다.

뉴스컬처 김기주 kimkj@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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