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12월의 호주 퀸즐랜드주는 눈이 내리지 않지만,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 바닷속에서는 눈보라 치는 겨울이 펼쳐진다.
바닷속을 가득 채우는 정자와 알, 분홍빛 입자가 폭설처럼 흩날리며 “바다의 눈보라”같은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내는 것.
2,600km 전역에서 펼쳐진 자연의 쇼타임
지난 9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숨을 멎게 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대왕조개, 연체동물, 복족류가 산호와 함께 리프 전역 2,600km 규모의 ‘동시 산란(coral spawning)’에 합류한 것이다. 11월의 ‘예비 산란’에 이어 12월의 본 산란이 이어지며,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자연 생명 쇼가 절정에 달했다.
이 산호의 정자 (sperm)와 알(eggs)이 만들어내는 수중 눈보라는 세계에서 가장 경이롭고 시각적으로 압도적인 놀라운 자연 현상으로 꼽힌다.
“물속 전체가 분홍빛 눈보라”… 15년 차 해양생물학자의 기록
정박한 무어 리프(Moore Reef)에서 이 현장을 지켜본 선러버 리프 크루즈의 마스터 리프 가이드이자 해양생물학자인 미셸 배리(Michelle Barry)는 "산란 시 바닷속은 시야가 완전히 가려질 정도의 다량의 정자와 알이 물속을 가득 메웠으며, 마치 분홍빛 눈보라에 휩싸인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15년간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일하면서 여덟 차례 산란을 목격한 해양생물학자 미셸은 산란이 일으키는 또 하나의 변화에 주목한다.
“수조 마리에 달하는 산호 유생이 형성되어 바닷속을 떠다니는 동안, 리프의 모든 생물들이 이 영양분 가득한 산란을 먹기 위해 몰려들며 생태계 전체가 활기를 되찾는다"며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얼마나 활기차고 살아있는 생태계인지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매주 리프를 관찰하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건강한 산호의 증거’
선러버 리프 크루즈 해양생물학팀은 호주 연방정부의 ‘관광 리프 보호 이니셔티브(Tourism Reef Protection Initiative)’의 일환으로 무어 리프 주변을 생물다양성 조사 및 장기 모니터링하고 있다.이번 12월 산란 이후에는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기준 자료를 구축하기 위한 연례 사전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해양생물학자 애비 로빈슨(Abbi Robinson)은 "이번 대규모 산란은 산호가 건강하고 회복력이 있다는 신호"라며 "하지만 동시에 기후 변화가 여전히 가장 큰 위협이라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산호초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니터링을 통해 이 지역 리프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으며, 해파 (heatwave)나 교란이 발생할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부 리프도 활기… “두 차례 산란은 자연스러운 현상”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남쪽의 레이디 엘리엇 아일랜드(Lady Elliot Island)에서도 산란 시즌이 본격 시작됐다.
환경 매니저이자 마스터 리프 가이드인 제시카 블랙모어(Jessica Blackmore)에 따르면 남부 리프의 상태는 “매우 양호”하며 올해의 분산 산란(split spawn)현상상은 수온 변화와 달의 주기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제시카는 "섬의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이 강한 산호 군집 형성에 기여했다"며, “섬의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섬의 서식지를 되살리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들이 모두 강하고 회복력 있는 산호 군집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왜 두 번의 산란이 이루어지는가?
산호의 대규모 산란은 11월 보름달을 신호로 시작되지만, 산호 종마다 생물학적 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11월의 예비 산란 (Pre-Spawn)과 12월의 대규모 동시 산란 (Main Spawn)이라는 두 개의 자연적 산란 시기가 형성된다.
산호 산란 (Coral Spawning)이란?
산호 산란은 수온과 달의 주기에 의해 촉발되는 대규모 동시 산란 현상으로, 산호 군집 전체가 동시에 정자와 알 꾸러미를 방출하는 과정이다. 이 현상은 보통 10월, 11월, 12월의 보름달 이후 1~6일 사이에 발생하며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2,600km 구간은 지역별로 시차를 두고 산란이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북부와 연안의 얕은 리프일수록 더 이른 시기에 산란하는 경향이 있다. 정자가 난세포를 수정하면 “플라눌라 (planula)”라 불리는 미세한 유생으로 발달한 뒤 리프 바닥에 정착하며 새로운 산호 군집으로 성장하며, 이는 리프의 회복과 재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란은 대개 야간에 이루어지며, 산호와 동시에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산란을 진행해 포식자로부터 산란물을 보호하는 데 기여한다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