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균열' 현대차그룹, 시급해진 로드맵 재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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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균열' 현대차그룹, 시급해진 로드맵 재점검

프라임경제 2025-12-12 09:36:30 신고

[프라임경제]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더 이상 엔진 성능이나 차체 기술에 머물지 않는다. 산업의 중심은 이미 '소프트웨어'로 이동했고, 그중에서도 자율주행 기술은 완성차 기업들의 미래 생존을 가르는 전략 자산이 됐다. 미국과 중국의 주요 기업들은 차량을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자율 이동 플랫폼으로 재해석하며 시장 질서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 GM의 슈퍼크루즈, 바이두·샤오펑 등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고, 이 기술들은 차별적 사용자 경험을 넘어 향후 구독형 서비스·자율주행 데이터 플랫폼으로까지 확장 가능한 비즈니스 기반을 제공한다. 자율주행은 곧 차량판매를 넘어서는 새로운 수익 모델인 동시에 브랜드 경쟁력을 결정하는 기술적 상징성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전환 흐름 한가운데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와 자율주행을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삼아 왔다. 

The 42dot Autonomous EV. ⓒ 42dot

그러나 이 전략의 실질적 중심에 있던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 겸 현대차 AVP본부 본부장이 전격 사임하면서, 현대차의 자율주행 로드맵과 그동안의 추진 방식에 구조적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업계 전반에서 제기되고 있다. 송 사장의 퇴진은 단순한 인사 조정이 아니라 그룹이 내부적으로 누적해온 전략적·조직적 충돌이 표면화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조원 투자에도 성과는 제한적

송창현 사장은 포티투닷 창업자로,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SDV 전환 전략을 구체화한 핵심 인물이다. 특히 그는 기존 라이다(LiDAR) 중심의 고신뢰 센서 전략에서 벗어나 테슬라가 채택한 방식과 유사한 카메라 기반 비전 AI 중심의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주도했다.

하지만 그의 퇴임 인사에서 "전통 제조업의 조직문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개발 방식 사이에 충돌이 있었다"는 메시지가 나오면서, 그룹 내부에서 자율주행 전략을 둘러싼 갈등이 상당했음이 드러났다. 

이 발언은 기술적 방향성만이 아니라 조직 구조·의사결정 방식·개발 문화 자체가 SDV 시대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자인에 가깝다.

특히 비전 기반 전략 전환 이후에도 아직 가시적 성과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은 내부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기술적 실험이 시장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고, 그 사이 경쟁사들은 도리어 격차를 벌려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송 사장의 사임은 일종의 전략 실패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기술을 이끌던 송창현 현대차 AVP본부 본부장 사임 후폭풍이 사내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포티투닷이 송창현 사장의 사임 직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 시연 영상을 공개한 것도 논란을 키운 요소로 지목된다. 해당 영상에는 △도심주행 △차선변경 △교차로 통과 등 핵심 기술 동작이 담겼는데, 문제는 영상 공개와 관련해 내부 승인 절차 여부를 둘러싼 포티투닷과 현대차의 논쟁으로 조직 내 긴장감이 더욱 고조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새로운 갈등의 발화점이라기보다, 이미 내부에 존재하던 구조적 충돌을 외부에서도 확인하게 만든 증폭 장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 수년간 포티투닷에 2조원 이상을 투입하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확대해 왔다. 포티투닷은 △SDV 아키텍처 구축 △AI 기반 운행 모델 개발 △GPU 인프라 확보 등 여러 축을 동시에 추진했지만, 매출 감소와 적자 확대라는 재무적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이 실적 부진이 단순한 재무지표 차원이 아니라 투자 대비 기술성과가 실차 개발·상용화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고속도로 레벨3, 도시형 레벨4 기반 서비스(로보셔틀), AVP 등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지만, 시장에서 체감 가능한 진전은 더딘 상태다.

포티투닷은 송 전 사장의 사임이 공식적으로 수리된 지 하루 만인 지난 6일 유튜브에 2개의 자율주행 시연 영상을 올렸다. ⓒ 42dot 유튜브 캡쳐

결과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성과로 전환되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지 않았고, 이는 그룹 내부에서도 '기술 선택·조직 운영·로드맵 설정 등 여러 층위에서 문제가 누적됐다'는 반성과 비판을 낳고 있다.

◆두 철학 사이에서 지친 조직

현대차의 고민은 내부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외부 경쟁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했기 때문에 상대적 격차가 더욱 선명해졌다는 점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지속적인 FSD 업데이트와 방대한 실주행 데이터 확보를 통해 이미 고도화된 비전 기반 자율주행 모델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도 FSD 유료 옵션이 도입될 예정이어서 비교대상으로 현대차가 직접 노출되는 상황이다.

GM은 지도 기반 보조 자율주행 시스템을 북미 전역으로 확장해 실제 사용자 경험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고, 중국은 바이두·샤오펑 등이 도심 자율주행을 양산차에 직접 반영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특히 샤오펑의 XNGP는 실제 사용자 평가에서 "테슬라 다음"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상용화 수준이 높아졌다.

반면 현대차는 2027년 레벨3·레벨4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이는 경쟁사의 현실과 비교하면 한 박자 늦은 일정이다. 이런 상황은 글로벌시장에서 현대차의 기술적 위치가 뛰어난 편이 아니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하는 셈이 됐다.

Atria AI - Auto Parking 시연 영상. ⓒ 42dot 유튜브 캡쳐

현대차 자율주행 전략의 갈림길은 결국 '센서 철학의 선택'이었다. 라이다 기반 전략은 정밀도와 안전성 측면에서 우위가 있지만, 비용과 차량 탑재성·데이터 확장성에서 제약이 있다. 반면 송 사장이 밀어붙인 비전 기반 전략은 비용과 구조적 효율성이 뛰어나지만, 이를 고도화하려면 테슬라처럼 거대한 실주행 데이터·AI 컴퓨팅·OTA(무선 업데이트) 생태계가 필수다.

현대차는 이 두 축 사이에서 전략은 비전으로 넘어갔지만, 조직 역량과 구조는 여전히 라이다 기반 연구 시스템에 갇힌 채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선택은 했지만, 그 선택을 실행할 수 있는 기반이 부족했던 셈이다.

◆전략 재정립+체질 개선+외부 생태계 확장

송창현 사장이 언급한 '문화적 충돌'은 업계가 오래전부터 우려했던 부분이다. 현대차의 R&D 조직은 제조업 특유의 계층적·수직적 구조와 검증 중심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고, SDV와 자율주행 개발은 반복적 실험·빠른 실패·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등 테크 기업의 개발 문화를 요구한다.

두 문화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개발 속도는 느려지고, 기술 방향성에 대한 내부 합의가 흔들렸다는 평가도 있다. 또 포티투닷이라는 외부 조직 출신 리더가 그룹 내부의 기존 개발 체계와 자연스럽게 융합되지 못한 점도 갈등 요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율주행 관련 이미지. ⓒ 42dot 홈페이지 캡쳐

결국 현대차가 원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전환'이 선언적 목표에 그쳤으며, 실제로는 조직의 체질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략만 빠르게 바꾸는 방식이 반복된 셈이다.

송 사장의 사임은 현대차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구조적 난제를 명확히 보여준다. 먼저 기술 전략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라이다와 비전 전략을 이분법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용 컴퓨팅·센서 융합·AI 모델 구조를 통합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또 조직 체질 개선이 필수다. 자율주행은 하드웨어 기업의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고, 실제로 테슬라·중국 기업들이 앞서는 이유는 기술보다 조직 실행력이라는 평가도 많다. 마지막으로 외부 협력 생태계 확대가 필요하다. 자율주행은 데이터·지도·연산·센서 등 개별 기술의 조합이며, 단일 기업이 모든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 글로벌 AI 기업, 지도 플랫폼, GPU 업체와의 전략적 동맹이 필요하다.

송창현 사장의 사임은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이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낸 사건이다. 기술적 성과의 지연, 조직 내부의 문화적 충돌, 경쟁사 대비 가속되는 격차. 이 세 가지가 한꺼번에 드러난 지금, 현대차는 전략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번 사임이 단순한 공백이 아닌 새로운 전환의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현대차가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더 뒤처지는 신호가 될지는 이제 그룹의 다음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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