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대한민국 정치권과 종교계가 헌정 사상 유례없는 충돌로 치닫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특정 종교단체, 즉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해산을 직접적으로 시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단순한 엄포가 아니다. 국무회의에서 법제처장을 향해 "해산이 가능한지부터 말하라"며 즉답을 요구하는 장면은 대통령의 의지가 단순한 '경고'를 넘어 '실행'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시점이 묘하다. 통일교 측 핵심 인사인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야당(현 여당인 민주당) 중진들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폭로가 나온 직후다. 이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들의 비리가 드러날까 봐 입을 막으려는 공개 협박"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CEONEWS '폴리코노미(Politics+Economy)' 스물여섯 번째 시리즈는 이재명 대통령이 쏘아 올린 '통일교 해산'이라는 거대한 공이 어디로 굴러갈지, 이것이 과연 실현 가능한 법리적 시나리오인지, 아니면 정치적 생존을 위한 위험한 도박인지 심층 분석한다.
■ "반사회적 법인, 헌법 아래 있을 수 없다"
지난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분위기는 살얼음판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조원철 법제처장을 향해 작심한 듯 질문을 던졌다. "정치 개입하고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하는 종교단체 해산 방안을 검토하라고 했는데, 해봤습니까? 해산이 가능한지 아닌지부터 말하세요." 대통령의 어조는 단호했다. "개인도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르면 제재를 받는데, 법인체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지탄받을 행위를 하면 당연히 해산시켜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는 국가의 기강을 흔드는 거대 권력형 종교 단체에 대해 행정 수반으로서 칼을 빼 들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이었다.조원철 처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헌법 문제라기보다는 민법 38조의 적용 문제"라며 "조직적으로 굉장히 심한 정도의 위법행위가 지속되어야 해산이 가능하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즉, '실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신중론이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주무 관청이 어디냐"를 재차 확인하며 "나중에 내가 따로 확인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는 관료 사회의 '신중함'을 넘어, 대통령이 직접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역린'을 건드린 폭로전, 왜 하필 지금인가
정가에서는 이번 '해산 검토 지시'의 방아쇠가 통일교 측의 '폭로'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과거 민주당 중진 의원들에게 수천만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는 취지의 폭로를 터뜨렸다. 이는 현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핵폭탄'급 이슈다. 통일교의 조직적 로비가 여권 핵심부를 겨냥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여권 내에서는 "통일교가 자신들에 대한 수사나 압박을 피하기 위해 '논개 작전'을 쓰고 있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 평론가 A씨는 "대통령의 격노는 '배신감'과 '위기감'의 발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우호적 관계였든 아니든, 현재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세력에 대해 '해산'이라는 최고 수위의 카드를 꺼내 듦으로써, 추가 폭로를 막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즉, 통일교의 '역습'을 국가 공권력으로 제압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한동훈의 반격: "도둑이 제 발 저린 격… 저질 협박 멈춰라"
야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격앙되어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마자 SNS를 통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재명이나 민주당 쪽에 준 돈, 통일교 측이 내일 재판에서 말하면 해산시켜버리겠다는 '저질 공개 협박'입니다. 이게 대통령입니까, 조폭 두목입니까?" 한 전 대표의 주장은 명확하다. 대통령이 '공익'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자신과 측근들의 비위 사실이 법정에서 진술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인 해산'이라는 공포탄을 쏘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 법사위 관계자 역시 "수사기관이 밝혀야 할 로비 의혹을 덮기 위해 행정권을 남용해 종교 탄압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로써 통일교 문제는 단순한 종교 비리 차원을 넘어, '정권의 명운'과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정면충돌하는 정국의 블랙홀로 급부상했다.
■통일교 해산, 법적으로 가능한가
감정 싸움을 넘어 냉정하게 법리적으로 따져보자. 과연 대통령의 말처럼 통일교(재단법인) 해산은 가능한가? 법조계의 의견은 '이론상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로 모인다.
▲가능 측 논리: 민법 제38조의 강력한 적용
민법 제38조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 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 관청이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대통령 측 논리는 통일교가 종교의 본질을 벗어난 정치 개입, 불법 자금 조성 및 살포, 사회적 물의(납치·감금 등 과거 사례 포함) 등을 통해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지속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의 고액 헌금 논란과 국내 정치 자금 유입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공익 침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불가 측 논리: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비례의 원칙'
그러나 헌법학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헌법 제20조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며 정교분리의 원칙을 명시한다. 종교단체의 법인 설립 허가 취소는 사실상 종교 활동 자체를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법원은 이를 매우 엄격하게 해석한다. 과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당시 '신천지'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려 했으나, 법원에서 "법인 취소가 종교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제동이 걸린 판례가 대표적이다. 조원철 법제처장이 언급한 "조직적으로 심한 정도의 위법행위"가 입증되더라도, 그것이 법인 자체를 소멸시킬 만큼의 사유인지에 대해서는 긴 법적 다툼이 불가피하다.
▲'통합진보당 해산'과는 다르다
일각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을 거론하지만, 종교 법인은 헌재가 아닌 주무 관청(문체부 또는 지자체)의 행정 처분과 법원의 행정 소송 영역이다. 정당 해산보다 절차는 간소해 보일지 몰라도, '사상과 신앙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법원의 방어막은 훨씬 두텁다.
■'치킨게임'의 승자는 누구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해산 검토' 지시를 통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제 공은 법제처와 주무 부처, 그리고 검찰로 넘어갔다.
▲시나리오 A: 전방위적 사정 정국 조성. 정부는 통일교 계열사들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병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다. 법인 취소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통일교의 자금줄을 죄고 도덕성에 타격을 입혀 정치적 영향력을 거세하려는 전략이다.
▲시나리오 B: 통일교의 '자폭성' 폭로전. 통일교 측은 잃을 게 없다는 판단하에 보관 중인 '로비 리스트'를 전면 공개할 수 있다. 이 경우 민주당뿐만 아니라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전체가 쑥대밭이 될 수 있다. 한동훈 전 대표의 지적대로 "내일 재판"에서 어떤 말이 나오느냐가 1차 분수령이 될 것이다.
▲시나리오 C: 지루한 법적 공방과 역풍. 법인 취소 처분을 내리더라도 통일교는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 소송으로 맞설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권이 종교를 탄압한다"는 프레임이 강화되면, 국제 사회의 우려와 함께 중도층 이탈이라는 정치적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정종유착?
통일교는 단순한 종교단체를 넘어 건설, 식음료, 리조트 등을 거느린 거대 기업 집단의 성격을 띤다. 이들의 해산은 수조 원대 자산의 동결과 청산, 수많은 고용인의 생계가 달린 경제적 문제이기도 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해산 시사'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정경유착, 아니 '정(政)·종(宗) 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결단일까,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치부를 감추기 위한 권력의 칼춤일까. 확실한 것은 하나다. 대통령은 "법인도 법을 어기면 해체된다"는 원칙을 세웠고, 야당은 "권력도 법을 어기면 심판받는다"는 원칙으로 맞서고 있다. 이 거대한 치킨게임의 끝에서 부서지는 것은 부패한 종교일까, 아니면 오만한 권력일까. 국민은 지금 그 위태로운 대결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Copyright ⓒ CEO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