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12월의 끝자락, 서울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은 묵직한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긴 한 해의 끝에서, 관객들은 거문고가 만들어내는 선율을 기다리며 조용히 자리를 채운다.
오는 21일 강태경의 독주회 '다시 산조'가 신쾌동류 거문고 산조 전바탕으로 이곳을 가득 메울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오랜 연구와 연주 경험을 거친 연주자가 전통의 구조와 정신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들려주는 자리다.
신쾌동류 거문고 산조는 남성적 산조의 정수로 불린다. 굵고 힘 있는 술대법이 이어지고, 굴곡진 가락이 공간을 타고 흐르며, 깊은 농현이 청자를 감싼다. 우조와 평조를 기반으로 평계면조와 우계면조 중심의 계면조 가락이 촘촘히 어우러지고, 변청과 변조 기법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긴장과 이완, 기대와 완성의 음악적 구조를 만들어낸다. 거문고 한 줄기 선율 속에서 과거와 오늘이 겹쳐지며, 듣는 이는 어느새 음악의 호흡과 하나가 된다.
강태경은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서 거문고를 시작해 중앙대학교 국악대학을 졸업했으며, 한국음악학과 석·박사 과정에서 연주와 연구를 병행해왔다. 정동극장 전속 연주자, 영산아트홀 영아티스트 초청 독주회, 성남시립국악단 협연 등 다양한 무대를 거치며 연주 기술과 음악적 성찰을 동시에 다져왔다. 현재 그는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한국음악이론 박사과정에서 산조의 구조와 정신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독주회 '다시 산조'는 전통의 본형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익숙한 가락 속에서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연주자의 감각과 연구자의 시선이 결합해 새로운 음악적 지평을 열어낸다. 한 음, 한 장단이 쌓일 때마다 시간과 공간이 겹치며, 산조의 울림은 관객의 마음 깊숙이 스며든다.
공연의 사회는 강태경의 스승이자 신쾌동류 거문고 산조 이수자인 이형환 중앙대학교 다빈치캠퍼스 부총장이 맡고, 장단은 윤재영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단원이 함께한다. 강태경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기,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거문고 산조가 주는 깊고 따뜻한 울림을 나누고 싶다'며 관객에게 특별한 초대의 말을 전했다.
'다시 산조'는 전통과 현대가 맞닿는 순간이다. 익숙한 선율 속에서도 새로움을 탐구하고, 전통의 본질을 존중하면서 오늘의 감각으로 재구성하는 시도는 관객에게 신선한 음악적 경험을 제공한다. 거문고의 낮은 울림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술대법의 힘찬 터치는 숨은 감정을 일깨운다.
거문고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단순한 음이 아니라, 시간을 관통하는 이야기이며, 공간을 채우는 울림이다. 연주자의 손끝에서 깃든 섬세한 호흡과 선율 속 옛 선비의 숨결이 만나, 산조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전통의 형식을 존중하면서도 끊임없이 오늘의 리듬을 불어넣는 강태경의 연주는 관객에게 사유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번 공연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관객에게 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연주자의 손끝에서 시작되어 관객의 마음으로 퍼져가는 울림은, 전통이 과거의 유산에 머물지 않고 오늘의 삶 속에서 새롭게 호흡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강태경의 거문고는 듣는 이에게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게 하고, 그 순간 전통과 현대가 공명하는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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