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제조 현장의 고질적인 난제였던 '육안 검사'의 한계를 인공지능(AI)이 넘어섰다. 숙련된 작업자의 감에 의존하던 품질 관리가 데이터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으로 진화하며 생산성 향상은 물론 인력 운용의 효율성까지 확보했다는 평가다.
산업용 비전 AI 전문 스타트업 세이지(공동대표 박종우·홍영석)가 오성철강과 손잡고 구축한 'AI 비전 검사 시스템'으로 '2025년 경기지역 중소기업 AI 전환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대상(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이 주관한 이번 공모전은 실제 제조 현장에서 AI 도입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낸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전통적인 제조업과 첨단 AI 기술 스타트업이 협력해 실질적인 시너지를 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철강 산업의 핵심 공정 중 하나인 '슬리팅(Slitting)'은 거대한 철강 코일을 고객 요구에 맞춰 절단하는 작업이다. 공정 특성상 미세한 흠집이나 찍힘 등 결함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빠르게 돌아가는 코일 위에서 사람이 육안으로 완벽하게 걸러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세이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자사의 주력 솔루션인 '세이지 빔스(SAIGE VIMS)'를 오성철강 생산 라인에 이식했다.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 시스템은 고해상도 카메라를 통해 들어오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기존 머신비전 기술로는 구분이 어려웠던 비정형적인 결함까지 학습해 불량 검출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장의 변화는 즉각적이었다. 검사 시간이 단축되면서 전반적인 생산 속도가 빨라졌고, 무엇보다 놓치기 쉬웠던 미세 불량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품질 신뢰도가 상승했다. 그동안 하루 종일 검사 라인에 매달려야 했던 숙련공들은 데이터 분석이나 공정 최적화 같은 더 생산적인 업무로 배치가 가능해졌다. 단순 반복 업무를 AI가 대체하면서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 제조 현장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셈이다.
물론 과제는 남아있다. AI 시스템 도입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데이터 학습과 유지 보수가 필요한 영역이다. 다양한 제조 환경에 맞춰 솔루션을 얼마나 유연하게 최적화할 수 있느냐가 향후 확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이지 측은 이번 오성철강 사례를 발판으로 철강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조업 분야로 보폭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김승현 세이지 본부장은 "이번 성과는 기술 공급자와 수요 기업이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결과"라며 "중소, 중견 기업들이 도입 장벽을 낮추고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현장 밀착형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2017년 설립된 세이지는 제조업 특화 비전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품질 검사 및 안전 관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스마트 팩토리 전환을 망설이는 중소기업들을 위한 컨설팅과 기술 지원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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