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단순히 즐기는 오락 수단을 넘어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교육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게임 과몰입 예방에 초점을 맞췄던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이 이제는 게임의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역량 강화'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모양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2025 게임리터러시 네트워킹 데이'를 열고 올 한 해 진행된 게임 교육 사업의 성과를 복기했다. 이날 현장에는 일선 학교 교사를 비롯해 강사, 연구자 등 관계자 100여 명이 모여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 게임 교육의 방향성을 논의했다.
행사의 백미는 단연 기조강연이었다. '모두의 게임리터러시 with AI'를 주제로 강단에 선 이재호 한국창의정보문화학회장은 게임 리터러시의 개념 확장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초창기 게임 리터러시가 게임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활용하는 능력에 국한됐다면,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게임의 구조를 파악하고, 플레이어의 경험을 설계하며 상호작용의 의미를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결국 창의적인 산출물까지 이끌어내는 것이 AI 시대가 요구하는 리터러시의 핵심이자 미래 교육의 가치"라고 설파했다.
생성형 AI가 보편화된 시점에서 게임적 사고(Game Thinking)가 문제 해결 능력과 직결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단순히 게임을 '덜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문법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새로운 것을 '더 잘 만들게' 하는 교육으로의 전환이다.
현직 교사들이 발표한 사례들은 이 같은 변화가 실제 교실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보여줬다. 장준형 대화초등학교 교사와 천윤희 연화초등학교 교사는 각각 미래 교육과 창작 도구로서의 게임 리터러시 가능성을 제시했다.
단순한 이론 교육이 아니었다. 정은아 강사는 프로젝트 기반의 게임 활용 코딩 교육 사례를 공유하며 기술과 놀이의 결합을 설명했고, 송승숙 게임문화교육원 국장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확장 전략을 발표해 가정 내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영임 엔이에스랩 대표는 유아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소통 사례를 소개하며 교육 대상의 연령층이 넓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콘진원의 게임 리터러시 사업은 청소년 대상의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 '교실 속 게임리터러시'를 비롯해 교사와 보호자, 유아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연간 교육 인원만 11만여 명에 달한다.
올 한 해 현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낸 이들에 대한 시상도 진행됐다. 단순한 결과물보다는 교육 과정에서의 혁신성이 평가의 주된 잣대였다.
'교실 속 게임리터러시 게임창작대회' 대상의 영예는 용인 남곡초등학교 팀(권서율, 김지우, 오승환, 최서연)에게 돌아갔다. 학생들은 게임을 단순 소비하는 객체가 아닌 창작의 주체로서 역량을 증명했다. 우수 연구 교사 부문에서는 부산 동일중앙초등학교 조하나 교사가 대상을 수상하며 공교육 내 게임 활용의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장을 누빈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의 이현주, 안병구 강사도 우수 강사로 이름을 올렸다.
유현석 콘진원 원장직무대행은 "2007년 시작된 찾아가는 게임문화교실이 20년 가까이 이어오며 청소년부터 유아, 보호자까지 아우르는 교육으로 성장했다"며 "게임 리터러시가 AI 시대의 인재 양성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교육 영역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산학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콘진원은 이번 성과 공유를 기점으로 2025년 사업에서는 AI 기술과의 융합을 더욱 가속화할 방침이다. 게임 교육 관련 상세 정보와 자료는 지스쿨 누리집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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