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도 높은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연간 무역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섰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의 고관세를 회피하려는 제조업체들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면서 유럽, 호주, 동남아시아 등 미국 외 지역으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결과"라며 8일(현지시간) 이같이 전했다.
로이터는 중국 세관이 8일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11월 중국의 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늘어나 지난달 1.1% 감소에서 반등했다"면서 "이는 로이터 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3.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수입도 1.9%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지난 달 무역흑자는 1116억8천만 달러로 6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올해 11개월 누적 무역흑자는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했다. 11월 대미 수출은 전년보다 29% 감소한 반면, EU로의 수출은 14.8% 증가, 호주로는 35.8% 급증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수입도 8.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황즈춘 캐피털 이코노믹스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 휴전 이후 일부 관세가 인하됐지만, 미국으로의 수출 증가에는 아직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며 “그러나 전체 수출 흐름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내년에도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녀는 또 “미국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한 중국 기업들의 무역 경로 변경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강화된 관세 정책으로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약 2%포인트(약 GDP의 0.3%) 낮아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평균 관세율은 47.5%로, “기업 이윤을 잠식하는 기준선”인 40%를 크게 웃돈다.
유라시아 그룹의 댄 왕 중국 담당 이사는 “전자 기계와 반도체가 수출 증가의 핵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저급 칩과 여러 전자 제품의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했고, 해외에 생산거점을 확장한 중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기계·원자재를 대거 들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희토류 수출 역시 트럼프·시진핑 회담 이후 속도가 붙었다. 11월 중국의 희토류 수출은 전월 대비 2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두 수입도 크게 늘었다. 중국은 올해 대부분 기간 미국산 대두 구매를 꺼려 했으나, 최근 미국산 대두를 다시 적극 수입하는 동시에 중남미산 대두도 대량 확보해 올해 미국 대두 수입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출이 호조를 보였음에도 중국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다. 장기화된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자와 소비가 모두 위축되면서 가공되지 않은 구리 수입이 감소하는 등 제조업 전반이 힘겨운 회복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공식 제조업 지표도 8개월째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한편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11월 수출 회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내수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개최될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내년 경제 목표와 주요 정책 방향이 제시될 예정이다.
ING의 린 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내수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 전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뉴스로드] 홍성호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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