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N] 한 해를 마무리하는 우리 소리, 국립창극단 송년음악회 '어질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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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N] 한 해를 마무리하는 우리 소리, 국립창극단 송년음악회 '어질더질'

뉴스컬처 2025-12-10 15:48:49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연말이면 우리는 지난 날들을 조용히 돌아본다. 웃음과 눈물, 설렘과 아쉬움이 뒤엉킨 기억들 속에서, 마음 한켠은 묘한 온기로 채워진다. 국립창극단이 준비한 송년음악회 '어질더질'은 바로 그 순간들을 우리 소리로 담아내는 자리다. 소리와 음악이 빚어내는 감정의 결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12월 31일, 해오름극장 무대 위에서는 국립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가 한자리에서 펼쳐진다. 창극 속 음악이 이어지며, 관객들은 눈을 감고 지난 시간을 떠올리기도, 새로운 한 해를 상상하기도 한다. 음악과 이야기가 함께 흐르는 이 순간은, 단순한 공연이 아닌 마음의 여정이 된다.

2024 송년음악회-어질더질 공연 모습. 사진=국립창극단
2024 송년음악회-어질더질 공연 모습. 사진=국립창극단

공연은 ‘사랑, 운명, 해학, 악함, 비극, 우정과 희망’ 여섯 가지 테마로 나뉜다. 인간이 살아가며 마주하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그대로 펼쳐진다. 무대 위에서 흐르는 선율 하나하나가, 관객의 마음 속에 작은 울림을 남긴다.

사랑의 장면에서 시작되는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도방살이’는 두 사람의 풋풋한 마음을 담는다. 장난스러운 재치와 설렘이 무대를 가득 채우며, 관객은 절로 미소 짓게 된다. 이어 '춘향'에서는 젊은 소리꾼들의 맑은 목소리가 사랑의 첫 설렘을 전한다. 그 소리는 마치 겨울 바람 속에서도 따스한 햇살을 느끼게 하는 듯하다.

운명의 장면에서 펼쳐지는 '심청가'의 장중한 ‘범피중류’는 심청의 절절한 마음을 관객과 함께 나눈다. 이어 '트로이의 여인들'의 합창은 운명의 무게를 노래하며, 감정의 깊이를 더욱 진하게 만든다.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이 음악의 힘은, 관객의 마음까지 흔든다.

해학과 유머의 장면에서는 '귀토'와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경쾌한 음악이 무대를 밝힌다. 배우들의 익살스러운 연기와 물오른 소리는 관객에게 웃음을 전하며, 긴장된 마음을 풀어준다. 반대로 악함의 장면에서는 '보허자'의 강렬한 ‘수양’과 '이날치傳'의 ‘박만순’이 등장해 강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무대 위의 감정은 마치 살아 숨 쉬듯 관객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다.

비극과 희망의 장면에서는 김준수와 유태평양의 솔로 무대가 펼쳐진다. 그 목소리는 깊이와 여운을 남기며, 이어지는 '베니스의 상인들'의 다채로운 음악이 활기를 불어넣는다. 공연의 마지막 순간, 관객은 한 해를 돌아보며 웃고 울고, 다시 희망을 느낀다.

연출을 맡은 정종임은 전통의 뿌리를 존중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무대를 풀어낸다. 관객은 그의 연출을 통해 창극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며 공연 속에 스며든다. 지휘와 음악감독 한웅원은 국악과 서양음악을 넘나드는 섬세한 편곡으로 음악적 중심을 잡아, 소리의 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무대 위에는 국립창극단 전 단원과 국립국악관현악단, 서양 오케스트라 36명의 연주자가 함께한다. 가야금, 거문고, 대금, 해금, 피리, 아쟁 등 국악기와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 건반 등 서양악기가 어우러져, 다층적이고 풍부한 소리의 결을 만들어낸다. 관객은 그 속에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어우러진 음악적 풍경을 경험하게 된다.

'송년음악회 – 어질더질'은 한 해 동안 국립창극단을 사랑해준 관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새해를 희망과 기대로 맞이하게 하는 자리다. 소리꾼들이 완창 후 전하는 마지막 인사, ‘어질더질’처럼, 다채로운 우리 소리를 들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순간, 관객은 우리 전통예술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게 된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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