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박동선 기자]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움직이는 '슈퍼 IP(지식재산권)'들이 단순한 K-팝의 팬이나 협업 대상을 넘어, K-콘텐츠 산업의 실질적인 '전주(錢主)'로 변모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및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최근 힙합 거물 제이지(Jay-Z)가 대규모 직접 투자를 확정 지으면서 그간 하이브 소속 팝스타들의 지분 참여 등으로 감지되던 '스타 자본'의 K-콘텐츠 유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평가다. 아직은 소수 사례지만, 단순한 지분 보유를 넘어 산업 전반을 직접 육성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이번 이슈의 핵은 제이지의 '통 큰' 베팅이다. 제이지가 이끄는 투자사 '마시펜 캐피털 파트너스'는 한화자산운용과 손잡고 약 5억 달러(한화 약 7000억 원) 규모의 조인트 벤처(JV)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서울에 합작법인 '마시펜 아시아'를 설립해 K-팝과 드라마는 물론 푸드, 뷰티 등 'K-컬처' 전반의 유망 기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제이지는 '락 네이션(Roc Nation)'을 통해 국내 음악 조각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특정 기업의 주주가 되는 것을 넘어, 유망 기업을 직접 키워내는 '플레이어'로서의 행보를 시작한 셈이다.
이러한 흐름의 기반에는 하이브(HYBE)와 한배를 탄 팝스타들이 있다.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는 2021년 하이브의 이타카 홀딩스 인수 당시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까지 대규모 매도 소식이 전해지지 않아 이들은 여전히 하이브의 주주로서 회사의 성장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아리아나 그란데는 최근 하이브 아메리카와 신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팬덤 플랫폼 '위버스(Weverse)'에 입점하는 등 단순 소속 아티스트 이상의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하이브 아메리카 전 CEO인 스쿠터 브라운 역시 사내이사이자 총괄 고문으로서 여전히 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가교 역할을 지속 중이다.
이처럼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K-콘텐츠 시장의 '단순 협력자'에서 '주요 주주' 혹은 '직접 투자자'로 거듭나는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에는 한국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스타를 유치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K-콘텐츠가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확실한 '투자 자산'이자 '파이프라인'으로 격상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스타들이 K-콘텐츠를 단기적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지만, 주주로서 이익을 공유하거나 펀드를 통해 직접 생태계를 키우는 방식의 투자가 점차 늘어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뉴스컬처 박동선 dspark@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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