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홈플러스 사모펀드 경영 실패의 구조적 문제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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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홈플러스 사모펀드 경영 실패의 구조적 문제③

월간기후변화 2025-12-10 06:29:00 신고

▲ 홈플러스 성서점(기사와 관계없음)    

 

홈플러스의 경영 위기가 본격적으로 표면에 드러난 시기는 매출 감소와 점포 경쟁력 악화가 동시에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그 문제는 본사 재무지표의 하락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훨씬 더 광범위한 여파를 만들었다.

 

유통기업이 무너지면 지역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매장 하나의 침체는 단순한 기업 실적의 변화가 아니라 지역 상권의 중심축이 흔들리는 사건이었다.

 

홈플러스는 전국 곳곳의 도시경제에서 하나의 ‘도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었고, 이 플랫폼이 무너지면서 지역의 소비 기반이 약화되고, 소상공인 생태계가 붕괴하며, 지역 산업의 생산·물류 시스템까지 깊은 타격을 받았다.

 

대형마트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다.

 

지역의 소비 흐름을 모으고, 식품·제조·물류·서비스업 등 수많은 업종이 연결되는 경제 생태계의 중심축이다. 주말이면 시민들이 가족 단위로 방문하고, 평일 저녁이면 직장인과 학생들이 몰리며, 지역의 생활경제가 순환되는 핵심 노드가 된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대형 쇼핑몰이 많지 않기 때문에 홈플러스 같은 매장이 ‘도시의 중심지’ 기능을 대신했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소비는 곧 소상공인의 매출과 연결되고, 협력업체의 납품 물량으로 이어지며, 지역 제조업의 생산 규모를 결정하곤 했다.

 

이런 구조에서 홈플러스의 침체는 자연스럽게 각 지역의 경제 순환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홈플러스가 쇠락하기 시작한 이후 전국에서 포착된 현상은 놀라울 정도로 동일한 흐름을 보였다. 점포 리뉴얼 중단, 상품 구색 축소, 신선식품 경쟁력 저하, 고객 서비스 약화가 나타나면서 소비자들은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매출 하락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졌고, 인력 감소는 다시 서비스 품질 하락을 초래했다. 이 악순환은 어느 지역에서나 반복되었다. 특히 지방도시에서는 홈플러스가 동네 마트나 시장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 소비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 심각했다.

 

매장이 쇠락하면 주변 상권은 가장 먼저 반응한다. 푸드코트 업체들의 매출이 줄고,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해 폐업하는 사례가 늘었다.

 

홈플러스 주변에서 영업하던 카페·식당·옷가게·키즈카페 같은 소상공인 매장들도 매출이 예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평소 홈플러스를 들렀던 소비자들이 근처 상점들까지 함께 방문하는 구조였는데, 홈플러스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소비자 동선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소상공인들은 “우리 매장의 매출은 홈플러스의 상태와 연동된다”고 말할 정도로 종속성을 갖고 있었고, 홈플러스의 침체는 곧 주변 상권을 쓸어버리는 구조적 파급력이 됐다.

 

지역 상권의 붕괴는 단지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역 제조업과 물류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홈플러스는 지역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통해 물류센터·도축장·식품공장·가공업체·섬유업체 등 다양한 중소기업과 연결돼 있었다.

 

매출 축소는 곧 납품 물량 감소로 이어졌고, 이는 제조업 생산라인 중단과 고용 축소라는 후폭풍을 불러왔다. 특히 중소도시에서 유통 대기업과의 거래 비중이 큰 협력업체일수록 타격은 더 컸다.

 

어느 지방도시의 계육 납품 업체는 홈플러스의 발주량이 갑자기 절반 이하로 줄어 회사의 생산라인 두 개를 멈추고 40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해야 했다. 침체한 매장 하나가 지역 제조업 생태계 전체를 흔든 대표적 사례였다.

 

지역 상권 붕괴와 더불어 심각한 문제는 소비 기반이 축소되면서 도시 전체의 경제 활력이 떨어진 점이다. 대형 유통시설은 소비 트렌드를 유지하는 중심축인데, 이 축이 약해지면 도시의 경제 동력은 급격히 위축된다.

 

소비자는 더 이상 지역에서 쇼핑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이동하거나 인근 대도시로 소비를 옮긴다.

 

지방에 남아 있는 소비 기반이 붕괴하면서, 인구 유출—특히 젊은 세대의 탈지역화—가 가속된 도시들도 적지 않았다. 어떤 도시에서는 “홈플러스가 사라지자 사람들이 주말마다 외지로 나가 돈을 쓰고 돌아온다”는 현상이 공공연하게 나타났다. 도시의 소비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구조적 누수는 당연히 지역경제에 치명적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단기적 경영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임을 보여준다. 홈플러스가 쇠락한 결과는 단순히 하나의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사건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는 도시경제의 축이 무너지는 사건이었다.

 

수십만 명의 일자리가 홈플러스 생태계와 연결돼 있었고, 지역의 유통·제조·소상공인 경제가 모두 이 생태계를 중심으로 순환했다.

 

이 순환 구조가 끊어지면서 홈플러스 점포 주변 500m 안에서 외식업 폐업률이 급증하고, 공실률이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임대료 가치가 급락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도시의 부동산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지역경제 전문가들은 홈플러스 사태를 “유통산업의 파탄이 지역경제를 붕괴시키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분석한다. 사모펀드식 경영은 기업의 단기 수익을 최우선 목표로 하지만, 유통기업의 본질적 가치는 지역경제와 연결되어 있다.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화 전략이 매장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투자 부재가 고객 경험을 악화시키면, 그 충격은 매장 주변 생태계 전체로 확산된다.

 

유통산업은 시장 점유율이 무너지는 순간 되돌리기 어려운 특징을 가진다. 이 특징 때문에 홈플러스가 겪은 쇠락은 회복 불가능에 가까운 형태로 지역경제에 박혀버렸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일수록 충격은 더 깊었다. 대도시는 다양한 소비·유통 인프라가 있어 특정 기업이 쇠락하더라도 충격을 분산시킬 여지가 있지만, 중소도시는 하나의 점포가 도시경제의 절반 이상을 지탱하기도 한다.

 

이 같은 구조에서 홈플러스의 위기는 곧 ‘도시 기능의 약화’를 의미했다. 지방도시 주민들은 홈플러스의 쇠락을 단순한 매장의 침체가 아니라 “도시가 사라지고 있다”는 불안으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일부 도시에서는 홈플러스 주변 지역의 유입 인구가 감소하고, 청년층의 지역 이탈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도시의 상징이 무너지는 현상은 지역 공동체의 심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역경제 충격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지방정부들도 대응에 나섰지만, 점포 운영 주체의 의사결정 권한이 사모펀드에 집중되어 있어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려웠다.

 

지방정부가 제안한 상생 협약, 투자 확대 요청, 지역 특산품 판매 연계 등 다양한 방안도 재무 중심 경영 구조 앞에서는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사모펀드의 목표는 지역경제의 회복이 아니라 투자 수익 실현이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구조적 충돌이 해결되지 않는 한, 지방정부는 사실상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다.

 

 

결국 지역 사회는 홈플러스의 위기를 “기업의 실패”가 아니라 “지역 경제 시스템의 붕괴”로 느끼게 되었다. 한국은 대형 유통망에 의존해 지역 소비가 유지되는 구조가 강한 나라다.

 

시장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대형 유통기업이 붕괴할 경우 지역사회 전체가 받는 피해는 그 기업의 재무제표에 계산되지 않는다. 도시의 경제 순환이 멈추고, 소상공인 생태계가 붕괴하며,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인구가 이탈하는 과정은 “기업 경영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문제다.

 

홈플러스 사태는 이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유통기업의 파탄이 지역 상권과 지역경제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사모펀드식 경영이 지역경제와 충돌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피해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그리고 왜 국가 차원의 관리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되었다.

 

 

이제 질문은 분명해졌다. 기업의 실패가 지역사회의 실패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가. 홈플러스가 남긴 상처는 이 질문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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