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약기금이 첫 번째 채권 소각을 단행했다.
12월 8일 열린 이번 행사는 단순한 채무 감면 조치를 넘어, 장기 연체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조차 어려웠던 이들에게 새로운 출발선을 다시 그려주는 사건이었다. 새도약기금은 지난 10월 1일 출범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약 6조 2천억 원 규모의 장기연체채권을 매입했다.
그 결과 약 42만 명이 수년간 지속되던 채권추심의 압박에서 벗어났다. 정부는 내년까지 총 16조 원, 113만 명 규모의 채권 매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새도약기금출범식
이번 1차 소각 대상은 상환 능력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판정된 기초생활수급자, 중증장애인, 보훈대상자 등 7만 명이다.
이들에게 해당하는 채권 1조 1천억 원이 소각되며 장기간 이어졌던 연체의 굴레는 비로소 종료됐다. 사회적 낙인과 금융 배제로 이어지는 장기 연체는 통계나 제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고통을 남긴다.
일자리에서의 불이익, 금융 접근의 차단, 일상적 소비 활동의 제한, 심리적 위축까지 포함해 삶의 기반을 흔드는 문제다. 그 사슬을 끊어내는 정책적 결단은 ‘빚 탕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부가 내세우는 논리는 분명하다. 장기 연체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비용의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경제의 선순환을 복원하는 투자라는 관점이다. 이미 2017년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재단의 성과 분석에서도 당시 채무 소각을 경험한 이들의 소득 증가와 취업자 비중 증가가 명확히 나타났다.
채무자의 재기는 곧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 경제의 생산성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다.
장기 연체자들은 금융체계 밖으로 밀려난 채 노동시장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소각 이후 경제 활동이 가능해지고 소비가 회복되면 내수 기반은 넓어지고, 사회 안전망의 비용은 줄며, 포용적 성장의 토대가 마련된다.
개인에게는 삶의 재구성 기회가 주어지고, 사회에는 돌고 도는 경제적 순환이 재점화된다. 이 정책이 강조하는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는 표현은 바로 이러한 구조적 효과를 가리킨다.
오늘의 1차 소각은 시작일 뿐이다. 내년까지 이어질 16조 원 규모의 채권 매입과 추가 소각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방치해 온 구조적 채무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개입을 의미한다.
장기 연체자 7만 명이 다시 일하고, 다시 시장에서 소비하며, 다시 경제의 일원으로 돌아오게 될 때, 그 변화는 국가 전체의 성장 방식에도 조용하지만 깊은 파문을 남기게 될 것이다.
Copyright ⓒ 월간기후변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