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상실과 욕망이라는 보편적인 언어를 이렇게 유창하게 표현한 영화는 없었다."
전 세계 영화 평론가들이 입모아 호평했다. "21세기 최고의 '사랑' 영화"라며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왕가위 감독 연출·장만옥·양조위 주연, 이 자체만으로 찬란한 영화 '화양연화'다.
1962년,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온 '첸 부인'(장만옥)과 '차우'(양조위). 이사 첫날부터 자주 마주치던 두 사람은 '차우'의 넥타이와 '첸 부인'의 가방이 각자 배우자의 것과 똑같음을 깨닫고 그들의 관계를 눈치챈다.
그 관계의 시작이 궁금해진 두 사람은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다, 점점 빠져들고 만다. 안타까운 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결국 이별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2001년, 다른 모습으로 재회하게 된 두 사람은 다시 한번 서로를 마주보게 된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을 의미하는 '화양연화'(花樣年華)는 1946년 개봉한 중국 영화 '장상사' OST인 '화양적연화'(花樣的年華)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 노래가 아름답던 시절을 회상하며 그리워하는 것처럼, '화양연화'라는 말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열혈남아' '중경삼림' 등 독보적인 미장센으로 사랑받은 '명장' 왕가위 감독이 당대 최고 스타 양조위와 장만옥을 캐스팅, 두 남녀의 완숙한 사랑을 담아냈다. 이 영화가 25년이 지나도 '명작'을 평가 받는 이유는 '미장센' 때문이다. 특히 왕가위 감독은 이전 작품보다 절제된 미장센으로 인물간 심리와 상황을 감각적으로 그려내며, '화면' 자체만으로 극에 힘을 실었다.
2000년 칸 영화제에서 초연된 '화양연화'는 최고권위인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으나 아쉽게도 수상에 실패했다. 그러나 양조위는 이 영화로 홍콩 배우 최초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리고 2025년 겨울, 25년 동안 숨겨두었던 '화양연화'의 미공개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9분 6초가 포함 된 더 비밀스럽고 아름다운 시간이 펼쳐진다.
왕가위 감독과 함께 그의 독보적 스타일을 완성한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 미술, 의상, 편집을 총괄하며 영화의 미장센을 세심하게 구축해 온 장숙평 감독이 합류해 그 시대 특유의 공기와 감성을 완벽히 복원했다.
1962년에 미처 끝맺지 못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를 2001년이라는 새로운 시간 속 또 다른 모습으로 담아낸다. 이번 특별판은 단순한 재개봉이 아닌 왕가위 감독이 본래 만들고자 했던 의도에 가장 가깝게 완성된 '역사상 가장 긴 완전판'으로, 오랜 시간 영화의 진정한 결말을 궁금해했던 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 왕가위 감독이 직접 지휘한 4K 리마스터링을 통해 독보적인 미장센의 복원을 이뤄낸 버전으로 기대감을 높인다.
왕가위 감독과 장만옥, 양조위가 선사하는 21세기 대표 멜로 마스터피스 '화양연화 특별판'은 오는 31일 개봉한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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