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학회 제13대 회장으로 당선된 윤태복 서일대 교수가 게임 산업과 교육 현장이 직면한 변화의 시점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8년간 이어진 전임 체제를 마감하고 변화를 시작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생성 AI로 인한 게임 개발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게임와이는 지난 12월 초 서일대학교에서 내년 1월 한국게임학회 회장으로 취임하는 윤태복 교수를 만나 학회 운영 방향과 AI 시대 게임 교육의 미래, 그리고 게임 산업의 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서일대학교 윤태복 교수는 지난 11월 29일 제13대 한국게임학회 회장에 선출됐다. 윤태복 신임 회장은 인공지능(AI) 전공 공학박사로, 서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인공지능과 사용자모델링, 패턴인식, 지능형 시스템 등을 연구해왔다. 게임 산업에서 AI 기술의 활용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AI 전문가가 학회를 이끌게 된 것은 시의적절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학회에서는 윤 신임 회장이 앞으로 게임 개발에서 AI 기술의 융합, 차세대 게임 기술 연구 등 학회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태복 신임 회장은 "기존 8년 체제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대부분이 공감하는 사항"이라며 "그 변화의 시작점을 제공하겠다는 생각으로 회장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회장직을 포함한 학회의 모든 보직은 급여 없이 순수 봉사"라며 "학회 활동은 기본 전제가 봉사"라고 강조했다. 기존 게임 학회장들은 각각 4년과 8년이라는 꽤 긴 기간을 연임했지만 자신은 학회가 새로운 개발 러다임에 맞춰 변해야 하고, 그 변화의 시작점의 역할만 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는 임기에 대해서는 "오래 할 생각은 없다"며 "학회로서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도기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계승할 것은 계승하되,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향을 더하겠다는 구상이다.
게임 개발자 협회ㆍ학회 20년 인연...AI게임학과 설립 후 연 10억 국고지원 유치
윤 교수는 2004년부터 게임 업계와 인연을 맺어왔다. 2003년 성균관대 대학원 AI 연구실에 진학하면서 국가 주도 게임 사업에 참여했고, 이를 계기로 게임개발자협회(KGDA)와 연을 맺었다. 그는 "2004년 KGDA 서밋에 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정무식 회장님 등을 뵙게 됐다"며 "2005년에는 KGC(코리아게임컨퍼런스)에서 게임 인공지능을 발표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당시만 해도 '인공지능(AI) 게임'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던 시절이다.
2008~2009년 한국게임학회에 합류한 후에는 주로 학계 활동에 집중했지만, 2017~2018년 기능성게임 사업 위원장을 맡으며 다시 양쪽을 오가게 됐다.
이후 윤 교수는 2011년 3월 서일대학교 소프트웨어과에 임용돼 게임 과목을 전담해왔다. 2022년에는 AI게임융합학과를 신설하며 학과장을 역임했다. "2021년 학과를 설계할 때 주변에 게임 개발 학과가 없었다"며 "지역적 분포와 수요를 고려했을 때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AI와 게임의 융합이라는 방향 설정에 대해서는 "전문대에서 AI 코어를 연구하는 게 아니라 AI 활용 능력을 가진 인재를 배출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학과는 2024년 AI게임 분야 국고지원 사업에 선정돼 연간 10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단일 학과에서 10억을 받게 돼 시설, 교육 프로그램, 학생 장학금 등에 활용하고 있다"며 "AI와 게임 분야에서 학생들과 공부하고 연구하기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AI는 데이터가 중요...코딩보다 AI 활용능력과 자기표현 역량 중요
AI와 게임의 융합 교육에 대해 윤 교수는 "AI는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게임 로그 데이터를 활용하면 학생들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실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엔트리소프트와 진행한 봇 탐지 프로젝트, 전자통신연구원과의 게임 자동 QA 프로젝트 등을 예로 들며 "게임 도메인 지식을 가진 AI 인재 양성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100명의 신입생 중 게임을 한 번도 안 해본 학생은 10%도 안 된다"며 "학생들이 이미 게임 도메인에 익숙하기 때문에 AI 알고리즘을 배워 데이터를 분석할 때 문제를 잘 발견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화두는 AI 시대의 인재 양성이다. 윤 교수는 "게임을 만드는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개발자가 필요 없다는 극단적인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비전공자를 데려다 개발시켜보고 잘하는 것을 보며 정말 비전공자도 게임 개발할 수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다만 그들은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명확하다. "코딩 능력이 아니라 AI 활용 역량, 자기표현 역량, 새로운 시스템 구조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며 "1~3년 교육과정을 이에 맞춰 완전히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들이 모이면 항상 화두가 'AI 때문에 어떻게 수업해야 하나', '과제를 어떻게 내야 하나'"라며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여러 대학 교수들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와이는 생성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 대한 유저들의 반발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용자는 AI 개발 게임에 대해 반발하고, 개발자들은 AI를 이용한 개발이 큰 물결이 된 상황에서 상충되는 이 현상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윤태복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AI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무분별하게 만들어진 게임들이 나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유저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걸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AI 사용 여부를 밝히는 것은 윤리의 기본"이라며 "내가 만든 콘텐츠로 수익을 내려면 출처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 과제에서도 AI 사용 표기가 권장되는 것처럼 게임 콘텐츠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끝으로 윤 교수는 학회의 방향에 대해 "내실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며 "학회 본연의 목적인 지식의 전파와 협의에 충실하면서, 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게임 AI 개발 툴을 만드는 회사들과 워크숍을 진행해 학생들이 최신 기술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이러한 활동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이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게임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는 학회가 함께 대응해야 하지만, 산업 관점에서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해서는 학회가 나서지 않는 것이 옳다"며 "어떤 이슈가 학회가 다뤄야 할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윤태복 교수 약력
한국게임학회 제13대 회장 (2025년 1월 취임 예정)
* 학력
성균관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석사·박사 (AI 전공, 2003~2010)
연구분야 : 게임 인공지능, 사용자 모델링 등
* 주요 경력
2011.03~ 서일대학교 교수
2022 AI융합콘텐츠학과(現 AI게임융합학과) 설립 및 초대 학과장
2024 現 AI게임 분야 신산업분야특화선도전문대학지원사업 단장 (연 10억원, 3년 30억)
2023~2025 前 서일대학교 기획조정처장
2025~ 現 서일대학교 교무처장
2025~ 現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발전협의회 AIDX분과위원장
* 학·협회 활동
2014~2023 한국게임학회 총무이사 (10년)
2024~2025 한국게임학회 부회장
2005, 2006, 2008, 2009, 2012, 2013 한국게임개발자협회 KGC 게임 인공지능 분야 Speaker
2016~2017 한국게임개발자협회 기능성게임 분과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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