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미나이 제공
2026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 도입 이후 가장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조기 영어 선행학습 열풍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채점 결과 영어 1등급 비율은 3.11%에 그쳐 영어가 상위권 당락을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했다. 난이도 급상승은 학생·학부모의 불안을 키우며 초등뿐만 아니라 영유아 단계까지 조기 영어 선행 열기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최근 영유아기관 원장과 교사 17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영유아 학습 사교육 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응답이 97.1%에 달했다. 많은 기관이 영어 특별활동이나 특성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고 일부 기관에서는 2세 이하 영아에게까지 영어 활동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흐름에 대해 현장에서는 발달 단계와의 부조화를 지적하고 있다. 응답자의 75.6%는 특별활동 전반이 3세 이후에야 적절하거나 아예 필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놀이 중심의 보육 과정이 유지돼야 하는 시기에 대집단 학습이 도입되면서 개별 발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 부족도 조기 영어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초 영어를 학교가 안정적으로 책임지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학부모 불안이 커지고 사교육 선택 시기가 더 빨라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어 활동이 인지 중심으로 운영될 경우 모국어 발달 지연, 정서적 부담, 자발적 학습 의욕 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사교육을 경험한 영유아 가운데서는 기관생활 적응이나 또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꼈다는 응답도 많았다. 학습 사교육 참여 영유아의 65.2%가 적응 문제를 보였고 영어학원 적응에 실패한 영유아의 81.9%는 어린이집·유치원에서도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활동과 특성화프로그램이 추가 비용을 전제로 운영되면서 경제적 격차가 영유아기부터 교육 기회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일부에서는 영유아기관이 외부 사교육 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사교육 경쟁문화를 그대로 끌어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수능 영어 난이도 충격이 조기 사교육 불안을 키우고 있지만 단순 규제로는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 영유아기의 영어 활동은 발달권과 놀이권을 침해할 위험이 큰 만큼 적기교육 기준을 명확히 하고 3세 이전 조기 프로그램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공교육이 기초 영어 역량을 안정적으로 책임질 수 있도록 전문교사를 확충하고 발달 단계에 맞춘 교육과정을 재정비하는 장기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영어유치원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질 관리와 인증을 강화해 부모 불안을 줄이고 사교육이 영유아기관으로 확산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근우 기자 gn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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