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까칠한 걸까 무례한 걸까. 칼같은 현장 상황 정리로 데뷔 6개월차 신인 멤버들에게 "믿음직스럽다"며 칭찬 받았다. 예능 프로그램 '내겐 너무 까칠한 매니저 비서진'을 이끌고 있는 이서진 이야기다.
1999년 SBS 드라마 '파도 위의 집'으로 데뷔한 이서진은 2000년대 초반 방송된 MBC 드라마 '다모'로 스타덤에 올랐다. "아프나? 나도 아프냐"는 대사는 전국민이 다 아는 유행어가 됐다. 이후 '불새' '이산'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만 3번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TV 밖 이서진이 어떤 모습인 지 대중은 알지 못했다. 2012년 당시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KBS2 '1박 2일'에 이승기 절친으로 출연하면서 드라마 속 인물과는 180도 다른 그의 진짜 얼굴이 드러났다.
'1박 2일'을 계기로 이서진은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윤식당' '서진이네' 등 이른바 '나영석 PD 예능'에서 활약하며 제2의 전성기를 달렸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테토남', 그리고 대다수가 예상컨대 MBTI '파워T'의 표본과도 같은 모습을 오래전부터 보여주며 '마이웨이'를 걸었다.
이서진은 지난 10월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예능 프로그램 '내겐 너무 까칠한 매니저-비서진'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실제 매니저를 대신해 'MY STAR'의 수발러가 된다는 콘셉트다. 친한 형 김광규와 함께 한다.
큰 관심 속에 시작한 1화 이수지 편이 5.3% 시청률을 기록, 동시간대 인기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와의 경쟁에 청신호를 밝혔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수치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7회 연속 2%대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청률 하락과 더불어 최근에는 이서진 태도를 지적하는 의견이 여럿 나와 눈길을 끌었다. '툭툭' 거리면서도 뒤에서 챙겨주는 사람이란걸 알고 매력을 느끼는 시청자가 있는 반면, 아무리 친하다지만 김광규에게 무례해 보인다며 불편함을 드러낸 이들도 있었다.
프로그램을 시청한 후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 하는 '오픈톡' 등에는 "김광규는 매니저 역할을 조금이라도 하는데 이서진은 손도 까딱 안 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까칠함이 아닌 무례함과 찝찝함이 회를 거듭할수록 느껴진다. 방송 콘셉트인걸 알지만 매니저인데 움직이는 일을 안 하려는 모습을 보는데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방송된 '비서진' 8회, 올데이 프로젝트 편에서는 또 한 번의 불편한 장면이 포착 됐다. 이날 신인 혼성그룹 올데이 프로젝트 멤버들은 이서진, 김광규와 함께 한 브랜드 행사장으로 향했다. 포토 촬영 및 주요 패션 매거진 등 매체 인터뷰가 잡혀 있었다. 이서진은 이전과 달리 적극적으로 나서 어수선한 현장을 빠릿하게 정리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매체 관계자들에게 보인 이서진의 단호한 행동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0여 팀 매체가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고,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이었다. 행사 관계자는 이서진에게 "10분이 넘어가면 끊어줘야 한다"고 부탁했고, 그는 "끊는 건 우리가 전문이다"라고 자신했다.
종이 잡지로만 승부를 볼 수 없는 것이 요즘 매거진 현실이다. 매체 입장에서 숏폼, 릴스 촬영 등은 매우 중요한 미션이다. 미리 촬영 콘셉트를 정해 레퍼런스를 만들어 왔을 것이다.
이서진은 한 매체가 사전에 설명하는 숏폼 콘셉트 영상을 보면서 "무슨 연기까지 하냐"며 딴지를 걸었다. 그러나 올데이 프로젝트 멤버들이 감각적으로 미션을 수행하면서 별 탈 없이 스케줄이 이어졌다.
이어 또 다른 매체는 "두 가지 릴스를 준비했다"며 댄스 챌린지를 요청했다. 패러디 영상을 본 멤버들은 당황했고, 이를 지켜본 이서진은 "너무 과하다"며 촬영을 거부했다.
매체 인터뷰에서 보통은 미리 콘셉트를 공유 하지만 경우에 따라 현장에서 즉석으로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러나 요청이 과하다 싶으면 소속사 측에서 거절할 수 있다.
이서진은 "갑작스럽게 어려운 걸 시키냐"며 딱 잘라 말했다. 매체 쪽에서 "둘 중에 괜찮은 걸 찍을 수 있느냐"고 제안 했지만 이서진은 "없어. 안 돼 안 돼 둘 다 너무 어려워"라며 반말을 섞어 거절했다. 제작진이 자막에 (죄송하지만)이라고 붙였다.
이에 더해 또 다른 매체 관계자가 "멋진 포즈 하나만 취해주면 안 되냐"고 요청하자 이서진은 "그만해 안 돼 안 돼. 옮겨"라며 올데이 프로젝트 멤버들을 그대로 끌고 나갔다.
올데이 프로젝트 멤버 우찬은 "저는 매니저가 그렇게 칼같이 하는걸 본적이 없다"며 좋아했고, 영서는 "의지가 되고 믿음직스럽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우찬의 말대로 본적 없는 매니저다. 매거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매체를 상대로 이서진처럼 행동하는 매니저는 드물다. 아티스트 측에서 무리한 부탁을 거절할 권리는 있다. 다만 갑작스럽게 들이 닥쳐 마구잡이로 촬영해대는 것이 아니지 않나. 사전에 계획하고 약속한 자리다. 그런데도 불가능 한 것이라면 보통은 정중하게 거절한다. 더군다나 같은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봐야할 관계 아닌가. 이서진처럼 손사래를 치며 강제로 아티스트를 끌고 나가는 경우는 없다.
이서진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행사를 해봐서 안다.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마인드가 있다. 잘 막아주느냐 안 막아주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또 멤버들 앞에서 "행사는 맞춰주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잘라줄 때 잘라줘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이서진은 매니저가 아니라 배우이자 예능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감정 그대로 매체 관계자들에게 보인 행동이 맞다고 볼 수 없다. "잘라줄 때 잘라줘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그러나 '태도'의 문제다. 매체와 연예인은 업계 구조상 상부상조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정중함이 빠진 칼같은 상황 정리는 맞지 않다.
아울러 데뷔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그룹 멤버들이 이서진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여길까봐 우려됐다.
대중 눈에도 이서진의 태도는 좋지 않게 보였다. 오픈 톡에서 한 네티즌도 "행사하는 거 잘 끊어줬다고 하는데, 매니저들은 안하고 싶겠나. 욕 먹고 평판 안 좋아질까 봐 조심하는 것이다. 방송이어서 매거진에서도 그냥 넘어간 거지"라고 의견을 썼다.
이서진은 '비서진'에서 늘 그래왔 듯 큰 액션, 리액션이 없다. 툴툴 거리면서도 결국 할 일은 한다. 한 번이라도 더 웃음을 유발하려 애쓰는 보통의 예능인들과 달리 주머니에 손 넣은 채, 자신만의 스타일로 여전히 '예능'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자칫 '말'이 나오고 '탈'이 생길 수 있다.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각자 다르지 않나. 그의 그런 스타일을 온전히 예능 감으로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제작진의 몫이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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