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40년까지 전체 승용 신차의 85% 이상을 전기·하이브리드·수소차 등 신에너지차로 전환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공식화했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시장이 미래차 중심으로 본격적인 '대전환 드라이브'를 건다는 의미로, 글로벌 친환경차 경쟁 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8일 발표한 '중국 자동차 기술개발 로드맵' 분석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공학회가 최근 공개한 '에너지 절약 및 신에너지차 기술 로드맵 3.0'은 2040년을 '자동차 강국 달성의 분기점'으로 규정하고 미래차 보급 목표와 자율주행기술 발전 전략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 로드맵은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주도하고, 2,000여 명의 관련 전문가가 참여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 산업 전략으로 사실상 중국의 향후 자동차 정책 방향을 규정하는 지침서 성격을 갖는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신에너지차 보급 목표의 대대적 확대다. 지난해 중국 전체 신차 판매 3,143만대 중 신에너지차 비중은 이미 40.9%에 달하며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30년 70%, 2035년 80%, 그리고 2040년에는 승용 신차 기준 85% 이상을 신에너지차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사실상 내연기관 승용차는 2030년 이후 '소수차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상용차 분야에서도 목표는 더욱 공격적이다. 중국은 2040년 전체 상용 신차의 75% 이상을 신에너지차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으며, 그중에서도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400만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2035년 100만대, 2030년 50만대 보급 목표를 기점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중국은 내연기관의 완전한 퇴장을 서두르는 대신 하이브리드 전환을 '가교 전략'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에는 내연기관 기반 승용 신차의 80%를, 2035년에는 100%를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전환하겠다고 명시했다. 내연기관 고효율화 기술과 HEV 전환을 병행해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의도다.
배터리 효율 향상 목표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2040년까지 1등급 고효율 신에너지차의 전력 소비율을 9.2kWh/10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이는 1kWh당 약 10.9km 주행에 해당하며, 이를 위해 배터리·전기 구동 시스템·제어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배터리 산업의 공격적 R&D 투자가 향후 글로벌 기술 경쟁 구도를 흔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공격적 전략이다. 중국은 2040년까지 '레벨4' 기술을 대부분의 신차에 전면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레벨4는 특정 조건하에서 운전자가 차량 제어에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단계로, 완성차 업계가 '본격 상용화의 벽'으로 여기는 영역이다. 중국은 여기에 더해 완전 자동화 수준인 '레벨5' 기술까지 시장 진입이 가능하도록 로드맵에 포함했다.
지능형 교통 인프라 확충 역시 중국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분야다. 도로·신호체계·네트워크 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통합 구축해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 속도를 다른 국가보다 빠르게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중국이 IT·통신·AI 분야에서 확보한 기술 경쟁력이 자동차 산업과 결합되는 형태로,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경쟁 환경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번 로드맵은 강제성은 없지만 중국 정부와 산업계의 공감대가 반영된 만큼 정책 설계와 투자 계획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자동차 산업을 경기 회복과 기술 혁신,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동력으로 규정한 만큼 향후 중국 중심의 미래차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로드맵이 '단순한 계획'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 전략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미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중국이 자율주행·수소차·지능형 교통 인프라 분야까지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한국·미국·유럽 업체들에게도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의 정책은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와 빠른 규제 도입이 특징이어서, 실제 시장에서의 구현 속도는 글로벌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 따라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미래차 대전환 전략은 국제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잠재력을 갖고 있다. 향후 신에너지차 비중 확대,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 수소차 생태계 확장 등이 어떤 속도로 현실화될지는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에너지·배터리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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