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김수미의 'K-씨어터'…실천하는 예술 교육자, 남인우 연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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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김수미의 'K-씨어터'…실천하는 예술 교육자, 남인우 연출-②

연합뉴스 2025-12-08 14:10:04 신고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남인우 연출가 남인우 연출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출가 남인우는 2000년대 초반 자비를 들여서 산간벽지로 순회공연을 다닐 정도로 '모두가 평등하게 누리는 문화 향유권'에 대해 예술가로서 느끼는 책임감이 컸다. 학생 시절부터 예술가의 책임과 예술의 역할에 대한 각성이 유독 남달랐던 연출가 남인우는 장애인의 문화 향유권에도 관심이 깊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스라엘 동료에게서 신경 다양성 아이들을 위한 공연에 대해 듣게 됐어요. 뉴욕의 릴랙스드 퍼포먼스, 엄브렐러 페스티벌도 알게 되었죠. 마침 코로나 시기였고, 발달장애인의 고립감과 극단적인 자살 사건도 접하면서 예술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북새통에서 장애인과 함께 보는 공연을 만들게 된 것도 그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연극 '똑똑똑' 연극 '똑똑똑'

[극단 북새통 제공]

그는 단원들과 함께 3년에 걸쳐 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공부를 했고 2021년에는 연극 '똑똑똑'을 만들었다. '모두를 위한 공연', '전반적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연', '릴랙스드 퍼포먼스'로 불리는 이 작품은 전국 특수학교와 장애 관련 기관을 순회하며 공연했다.

"지난해에는 모두 예술극장의 개관작으로 공연했고, 쿠바에서는 아시테지 초청으로 현지 특수학급 아이들 60명과 함께 공연했어요. 신경 다양성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공연 중에 배우가 주먹으로 맞는 일도 다반사였죠. 비디오를 찍어서 다시 돌려보면서까지 매번 준비를 거듭했어요. 그런 과정을 해낸 우리 배우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음악은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중요한 매개체다. '똑똑똑'에는 가야금, 해금, 리코더, 첼로, 우쿨렐레까지 다섯 가지 악기가 등장한다. 같은 음악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해 반복해서 들려주고, 무대와 소품은 모두 공처럼 둥근 형태로 구성했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가 사라진 공간에서 관객들은 자신만의 리듬과 속도로 공연을 볼 수 있게 된다.

"자폐 아이들에게는 '상동 행동'이 있어요. 계속 반복하는 행동인데, 어떤 친구는 때리고, 어떤 친구는 몸을 크게 흔들어요. 스트레스나 불안을 스스로 낮추려는 행동이죠. '똑똑똑'에는 그 상동 행동을 안무로 만든 장면이 있어요. 앉았다가, 누웠다가, 일어났다 반복하는 식이죠. 어느 날 자폐아 가족 단위 공연에서 한 여자아이의 행동이 바로 그 상동 행동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아빠가 처음에는 아이를 붙들고 있었는데, 배우가 똑같은 행동을 하니까 아이가 조금씩 경계를 풀고 배우들 옆으로 점점 다가오더라고요. 어쩌면 그것이 아빠에게는 위로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날 우리가 아이와 얼마나 소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족들에게 우리가 그들 옆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면, 그걸로 연극의 역할은 충분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연극은 장애가 있는 아이뿐 아니라 그 가족을 위한 공연이 되기도 합니다."

'똑똑똑'을 준비하면서 북새통은 영국의 오일리카트와 호주의 센소리움 시어터의 사례도 참고를 많이 했다. 오일리카트는 관객의 집을 직접 찾아가는 '도어 투 도어' 공연을 진행하고, 코로나 시기에는 각 가정에 공연 키트를 보내 온라인 공연과 연계했다. 센소리움 시어터는 장애 아동을 위한 감각적인 극장을 운영하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별 감각을 자극하는 작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들은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수영장 공연도 해요. 수영장에 휠체어 탄 관객이 들어오면 배우들이 퍼포먼스를 하면서 관객을 안고 물 위에 띄워요. 악기도 물속에 넣어 연주하고, 물의 진동을 통해 파동을 느끼게 하죠. 주변에 응급 의료진이 항상 대기하는 것까지가 공연 준비예요. 단 한 사람까지도 온전히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공연인 거죠."

국내에서도 코로나 시기에 실험적으로 '한 사람을 위한 공연'을 시도한 극단이 있었다. 그런데 이는 환경 변화에 따른 일시적이고 전략적인 기획에 가까운 것이어서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문화 향유권을 구조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시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 모두의 평등한 예술 경험을 위해, 장애가 있는 한 사람을 위한 공연까지 가능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문화적 인식과 제도적 토대가 필요한 것일까.

"'똑똑똑'은 관객에게 공연 전 사전 링크를 보내요. 극장 오는 길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공연 소품도 미리 집에서 보고 익숙해지게 하죠. 배우 목소리도 녹음해 미리 들려주고요. 그래야 낯설고 무서워할 수 있는 요소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공연이 끝난 뒤에는 집에서 다시 경험할 수 있는 키트를 모두 보내줍니다. 사실 엄청나게 공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에요. 소명을 갖고 하지 않으면 이런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똑똑똑'을 3년쯤 공연했으니, 이제 촉감을 자극하는 신작을 생각하는 중이에요. '윙윙윙' 같은 걸로 아직은 제목만 정해놓았어요."

연극 '똑똑똑' 쿠바 공연 연극 '똑똑똑' 쿠바 공연

[극단 북새통 제공]

남인우가 예술과 예술교육의 지향점을 '감각의 회복'에 맞추고 있는 것은 중요한 맥락이다. 멸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생존 감각을 회복시키는 일은 장애 유무를 떠나서 모두에게 유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잃어버린 감각을 복원하고 일깨우는 과정이야말로 예술과 예술교육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타 장르와 변별될 만한 고유한 역할이지 않은가.

올해 남인우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서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김붕년 교수 연구진과 함께하는 예술교육과 뇌신경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예술 경험이 아이들의 뇌신경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앞으로 3년간 데이터를 축적해 나갈 계획이다. 남인우는 이 프로젝트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우리가 예술을 직접 경험할 때 자극되는 시청각의 변화와 뇌신경 사이의 연관성을 과학적인 데이터로 증명해 낼 수 있다면, 예술의 역할과 예술교육의 중요성은 교육계를 넘어 사회 인식의 지형을 바꿀지도 모른다.

연극 '똑똑똑' 쿠바 공연 연극 '똑똑똑' 쿠바 공연

[극단 북새통 제공]

무엇보다도 이번 연구가 예술 현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수년간 실천해 왔던 남인우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예술교육의 효과와 영향 관계에 대한 기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3편에서 계속)

선연(禪蓮) 김수미. 연극 평론가

▲ 전 월간 '객석' 연극전문 기자. 현 중랑문화재단 문화정책사업팀장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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