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주배경아동, 함께 키워요’ 연속 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는 언어·문화 장벽과 불안정한 법적 지위로 인해 여전히 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배경아동들의 실태를 조명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감과 연대의 마음이 확산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말
남양주시외국인복지센터 무지개보육실 아이와 함께 양평 두물머리 나들이에 함께하고 있는 모습. ⓒ초록우산
2026년부터 시행 예정인 유보통합으로 보육과 교육에 관한 대규모 개편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부모의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모든 아이가 질 높은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보육 평등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와 함께 이웃으로 살아가는 20만 명의 이주배경아동들은 과연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대한민국 국적법은 속인주의와 혈통주의를 따르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이 아니면 국적 취득이 제한된다. 외국 국적 아동 역시 부모의 체류자격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며, 부모가 미등록일 경우 아동도 어떠한 체류자격도 갖지 못한다. 태어난 순간부터 부모의 신분에 종속되는 이 구조 속에서 많은 이주배경아동이 제도 밖에 머무르고 있다.
이주배경아동의 돌봄 환경도 여전히 열악하다. 대한민국은 UN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임에도, 협약이 강조하는 아동의 전인적 성장과 기본권 보장은 현실에서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영유아보육법」 또한 영유아의 최선의 이익과 차별 금지를 명시하고 있으나, 제도는 이주배경아동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생애 초기 성장발달이 결정되는 영유아 시기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주배경아동의 가정환경은 모두가 그렇진 않지만 부모들은 맞벌이, 장시간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근무하고 저임금의 경제적 취약계층이 대부분이다. 이런 경제적 상황에서 거주 공간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열악하다. 그와 더불어 보육과 돌봄에 관련된 인프라와 정보가 부족하고 제도권 안에 들어가지 못하여 온전히 가정의 자부담으로 보육기관을 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2023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전국의 외국인 영유아(0~5세)는 1만 8,375명으로 법무부 등록 아동의 약 58% 수준에 그친다. 2024년 교육부 보육실태조사에서도 외국인 영유아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내국인 대비 4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통계는 현재 이주배경가정이 겪는 보육 접근성 문제를 잘 보여주었다.
물론 지자체에서 이주배경아이들을 위해 시행하는 제도도 있다. 경기도는 2006년 보육조례에 근거해 외국인근로자 자녀 보육 지원사업을 실시하며, 전담 및 통합어린이집을 지정해 운영비와 보육비 일부를 지원해왔다. 2025년 현재는 등록 이주배경아동에게 1인당 15만 원의 바우처 카드를 발급해 지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앙정부의 누리과정 일체 지원과는 큰 차이가 있어 제도적 불평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지자체 예산에 따라 지원 규모가 해마다 변동되고, 지원 대상 역시 ‘등록 아동’에 국한돼 미등록 아동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장에서 만난 부모들은 말한다. “제 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났어요. 한국에서 잘 자라길 바랄 뿐이에요.” 이주민 또한 한 아이의 부모로서, 자녀의 행복한 미래를 바라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이주배경아동의 기본권과 보육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보육 현장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 보육교직원 대상 교육과 직무훈련을 강화하고, 이주배경 문화를 이해하는 전문 보육인력을 양성·배치해야 한다. 또한, 업무 과부하를 방지하고 안정적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인력과 환경 구축을 위한 예산 지원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UN아동권리협약과 영유아보육법의 기본 정신에 따라 ‘아동중심 제도’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행정 절차가 신원 확인을 위한 개인 고유번호에 기반하고 있어, 출생등록이 안 되었거나 외국인등록번호가 없는 아이들은 제도 밖으로 밀려났다. 이제는 출생등록을 보편적 권리로 도입하고, 사회보장번호와 안정적 체류권을 마련해 모든 아동이 사회보장 서비스의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동중심의 통합적 지원체계 구축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법적인 제도 마련,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균등한 예산분배, 민간단체 연계와 협력지원을 통해 모든 사회보장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책 변화의 속도보다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르다”는 어느 활동가가 남긴 말처럼 아이들이 하루하루 자라는 속도를 생각하면, 우리 사회의 제도와 정책 변화는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
변화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이주배경아동의 보육권 보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아동을 돌보는 가정과 기관, 지역사회,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모든 아이가 이 땅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진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온 마을이, 대한민국이 변화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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