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이 만료됐지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전국적으로 증가하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살펴보면 전국적인 역전세 현상은 이미 수치로 확인되는 상황이다.
강원도 속초시 ‘동부’ 아파트 84㎡의 경우 지난달 22일 전세 계약이 1억6,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불과 열흘 뒤인 이달 2일 매매는 1억5,800만 원에 체결됐다.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200만 원 높은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충북 청주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 ‘청주금천센트럴파크스타힐스’ 84㎡는 지난달 23일 전세 3억2,000만 원에 세입자를 들였으나, 이틀 뒤인 25일 매매는 3억2,500만 원에 거래돼 불과 500만 원 차이로 전세와 매매가가 뒤바뀌었다.
‘역전세’란 신규 전세가격이 기존 계약보다 낮아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최근 지방 시장에서는 이 같은 역전세가 잇따르며 기존 임차인이 계약 종료 후에도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이다.
충남 아산시 ‘모종캐슬어울림 1단지’ 112㎡의 경우 최신 전세가와 매매가가 동일하게 4억 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지방의 여러 단지에서 전세 매물보다 매매 매물이 훨씬 많이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속초 동부아파트는 전체 668가구 중 전세 매물은 2건에 불과하지만 매매 매물은 19건이나 등록돼 있다. 청주금천센트럴파크스타힐스도 749가구 가운데 전세는 한 건도 나오지 않았는데, 매매는 12건이나 시장에 나와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 경기가 침체되면서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장도 분위기가 냉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침체가 길어지면서 ‘역전세’가 일상화되고, 기존 보증금보다 낮은 가격에 새 임차인을 구할 수밖에 없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지방 부동산은 상승 여력 낮아 사는 사람이 없어
지방으로 발령을 받은 A씨는 1~2년 머물 전세 집을 알아보던 중 전세금이 매매가를 뛰어넘는 아파트가 적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고백했다. A씨는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2,000만원 더 높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라며 부동산에서도 집을 사려는 이들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KB부동산에서 발표한 전세가율을 살펴보면 지난달 아파트 전세가율은 충북이 79.5%로 가장 높았고 전남 78.7%, 경북·전북이 각각 78.2%로 뒤를 이었다. 반면 서울은 51.3%로 전달 대비 큰 폭(0.53%p) 떨어지며 지방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지방 부동산은 가격 상승 여력이 낮다고 보는 분위기가 강해 매수 수요가 줄고 있다"라며 "임차 수요만 늘어나다 보니 역전세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1가구 2주택 규제가 매수 심리를 더욱 위축시킨 것도 한 원인"이라며 "지역 경제를 회복시키고 인구 유입과 가처분 소득을 높여야 매매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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