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자원이 다 있는 동남아, 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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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자원이 다 있는 동남아, 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월간기후변화 2025-12-05 06:44:00 신고

▲ 인도네시아는 니켈·주석·석탄·팜유 등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말레이시아는 주석과 석유·가스, 태국은 농업과 제조업, 필리핀은 구리·니켈·해양자원, 베트남은 희토류 매장량에서 중국 다음의 잠재력을 가진 국가로 평가된다.    

 

동남아시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원 부국이다.

 

인도네시아는 니켈·주석·석탄·팜유 등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말레이시아는 주석과 석유·가스, 태국은 농업과 제조업, 필리핀은 구리·니켈·해양자원, 베트남은 희토류 매장량에서 중국 다음의 잠재력을 가진 국가로 평가된다.

 

자원과 인구, 지리적 이점까지 갖춘 이 지역이 왜 여전히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은 오래된 국제정치경제학의 난제이자 오늘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중심 문제로 떠오른다.

 

표면적으로는 자원이 많지만, 그 자원은 오히려 경제 구조를 왜곡시키고 정치적 취약성을 고착시키는 ‘자원의 역설’ 구조를 강화해 왔다. 식민지 시대부터 이어진 자원 의존적 성장 모델은 산업 다각화를 저해했고, 권력 엘리트 집단과 외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뒤얽히며 부가가치가 지역 내부에 축적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의 광물 가공 규제처럼 최근 국가가 주권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들이 있지만, 수십 년간 형성된 다국적 기업 중심 구조를 뒤집는 데는 넉넉한 시간이 필요하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일수록 정치 엘리트가 자원 수익을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며, 정치 개혁과 제도적 투명성이 뒤로 밀린다는 점도 문제다.

 

말레이시아의 1MDB 스캔들, 인도네시아의 지방 자치단체장 부패 사례, 필리핀의 정실 정치 등은 자원이 곧 정치적 지대(rent)를 생산하고, 그 지대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기보다 특정 집단의 특권을 강화하는 데 쓰이는 구조를 보여준다.

 

여기에 낮은 조세 기반과 약한 행정 역량, 기초 인프라 부족이 결합되면 해외 투자와 첨단산업 육성은 지속적 한계에 직면한다. 성장률은 높지만, 임금은 정체되고, 생산성은 개선되지 않으며, 산업화가 일정 단계에 도달한 뒤 더 이상 고도화되지 못하는 ‘중진국 함정’이 반복되는 이유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제조업 유치에 성공하며 ‘탈중국 공급망’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조립·가공 중심의 낮은 부가가치 구조에 머무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동남아는 더 이상 ‘가난한 자원 부국’이라는 오래된 공식에 머물 수 없다. 자원이 아니라 제도가, 천연자원이 아니라 인간 자본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에 이 지역 국가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자원 부국이 되기 위해선 자원을 캐는 능력보다 자원을 남기는 제도적 설계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기술·교육·금융 시스템이 더 중요하지만, 동남아 국가 대부분은 이 영역에서 구조적 약점을 보인다.

 

또한 계층 간 불평등, 토지 소유 집중, 교육격차와 같은 사회적 요인 역시 ‘소득 함정’을 심화시켜 많은 국민들이 생산적 경제활동에 진입하는 것을 막는다. 결국 동남아의 문제는 자원이 많아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자원이 많기 때문에 경제와 정치가 왜곡되는 구조를 제거하기 어려웠던 데 있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도 있다. 인도네시아의 광물 가공 의무화, 베트남의 반부패 전쟁, 말레이시아의 산업 디지털화 전략 등은 자원의 역설을 극복하려는 국가적 도전으로 평가된다. 미래는 이들이 글로벌 공급망의 변동 속에서 단순 자원 공급국을 넘어 기술과 제조, 금융이 결합된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이동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동남아는 더 이상 ‘가난한 자원 부국’이라는 오래된 공식에 머물 수 없다. 자원이 아니라 제도가, 천연자원이 아니라 인간 자본이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에 이 지역 국가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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