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이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5(World Hydrogen Expo 2025, 이하 WHE 2025)와 수소위원회 CEO 서밋(Summit)을 연달아 주도하며 글로벌 수소 생태계 리더십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 행보는 단순한 전시 참가가 아니라 한국을 수소 전환의 전략 거점으로 재정비하려는 산업·정책적 의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WHE 2025는 기존 H2 MEET 전시회와 수소 국제 컨퍼런스를 통합해 올해 처음 출범한 행사다. 기술 전시와 정책 논의가 분리돼 있던 기존 구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합치면서, 수소를 둘러싼 담론을 목표 설정이 아닌 실질적 실행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설계됐다.
전 세계 20여개국, 250여개 기업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규모 확장을 넘어 한국을 글로벌 수소 논의의 중심 무대로 다시 올리겠다는 전략적 선언에 가깝다.
'수소위원회 CEO Summit'에서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까지 그룹사 7곳은 공동 부스를 통해 △생산 △충전·저장 △모빌리티 △산업 적용까지 수소 밸류체인 전체를 공개했다.
이 부스의 중심축인 HTWO는 단순 브랜드가 아니라 현대차그룹의 수소사업을 통합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 주기를 하나의 체계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그룹의 진짜 전략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수소 전 주기 전략, 계획 아닌 실행 단계로
현대차그룹이 이번 WHE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실행력 있는 수소 생태계 구축'이다. 먼저 생산 분야에서 △PEM(Polymer Electrolyte Membrane, 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 △W2H(Waste-to-Hydrogen) △암모니아 크래킹(Ammonia Cracking) 등 청정수소 확보 기술을 전면에 배치했다.
이는 모두 단순 콘셉트가 아닌 실제 지역 프로젝트와 연결돼 있다. 울산에 건설 중인 국내 최초 PEM 수전해 생산 공장은 2027년 준공 예정이며, 전북 부안·충남 보령에서는 이미 1MW급 실증 사업이 운영 중이다. 제주도에는 5MW급 PEM 설비 개발 계획이 추진되고 있고, 서남해안권에서는 1GW급 대형 플랜트와 수소 출하 센터까지 포함된 거점 구축이 검토되고 있다.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5' 개막식에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이는 현대차그룹이 수소를 '구매하는 기업'이 아니라 '직접 생산하는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다.
충전·저장 분야에서도 혁신적 기술들이 공개됐다. 트레일러 기반의 2세대 이동형 충전소는 초기 수소 수요 지역 확장에 활용될 솔루션으로 꼽히며, 비전 AI 기반 수소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Automatic Charging Robot-Hydrogen, ACR-H)은 24시간 무인 운영이 가능해 충전소의 운영비 절감과 편의성을 동시에 높인다. 도심형 패키지 충전소는 컨테이너 모듈을 조합해 공간 제약을 최소화한 구조로, 향후 도심 인프라 확대의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됐다.
여기에 모듈 교환 방식의 '교환식 수소 저장 시스템'은 고압 설비 없이도 수소 공급이 가능하며, 탱크 모듈은 내부 크레인을 활용해 단시간에 교체할 수 있고 모듈당 32㎏의 수소를 저장한다. 영하 253℃에서 수소를 장기 보관할 수 있는 액체수소 저장 시스템도 공개되며, 대용량 공급 기반 구축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수소 모빌리티 총집합…산업·군수·해양까지
모빌리티 라인업은 승용·상용을 넘어 농기계·선박·방산까지 수소 적용 가능 영역을 대폭 확장했다. 완전변경된 신형 넥쏘는 출시 3개월 만에 7000대를 넘기며 시장성을 입증했고,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는 1회 충전 최대 960.4㎞라는 고속형 대형버스의 이정표를 제시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한국·미국·스위스·독일 등 주요 시장에서 누적 1900만㎞를 달성해 상용차 부문의 신뢰도를 확보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V자형 라디에이터 그릴과 연료전지 구성 요소가 분리 전시돼 관람객의 기술 이해도를 높였다.
주요 관계자들이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5' 현대차그룹 부스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군용 수소 ATV는 소음·열이 적고 항공 수송이 가능할 정도의 경량화 설계로 미래 군수 모빌리티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 수소전기 보트, 농업용 수소전기 트랙터 등은 장시간 작업·장거리 운항이 필요한 산업에서 연료전지가 고출력 파워솔루션으로 적합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부스에서는 철강·항만·건설 등 산업 시스템의 탈탄소화 로드맵도 공개했다. 미국 전기로 제철소 구축 계획, LNG 버너를 단계적으로 수소 버너로 전환하는 청정 제조 전략, 항만에 도입될 100㎾급 연료전지 발전기와 AGV 실증 등 구체적 일정이 제시되며 '언제·어디서·어떻게 적용하는가'를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HTWO 어워드, 수소 아카데미 전문가 강연, 넥쏘 시승 프로그램 등은 생태계 참여자와 일반 대중을 모두 포괄하는 확장 전략으로 운영됐다.
◆한국 수소 전략의 존재감 강화
현대차그룹의 수소 전략은 전시장에서 끝나지 않았다. 앞서 12월2~4일 열린 수소위원회 CEO 서밋에서 그룹은 공동 의장사로서 글로벌 논의를 주도했다. 올해 CEO 서밋에는 100개 글로벌 기업의 CEO 200여명이 참석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이번 서밋에서는 수소산업이 '목표 설정 단계에서 실행 단계(From Ambition to Delivery)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공식화됐고, 1100억달러 규모의 수소산업 투자가 확정됐으며, 500개 프로젝트가 최종투자결정(FID)을 완료한 사실도 발표됐다.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5' 현대차그룹 부스 전경. ⓒ 현대자동차그룹
또 이번 행사에서는 수요 창출·인프라 확충·글로벌 표준화 등 수소 확산의 핵심 과제를 담은 공동성명(Communiqué)이 채택됐다. 한국·프랑스·독일·호주 정부와 ISO 등 국제기구까지 참여해 정책·표준·기술 협력의 범위를 한층 넓혔다.
한국시장 세션에서는 제주도의 수소 프로젝트, 국내 민관 협력 기반의 성과, 기업들의 기술 사례가 소개되며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국제 리더들에게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현대차그룹은 공식 차량으로 넥쏘 50대,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 6대를 제공하고 충전 실증 코스를 포함한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해 기술 신뢰성을 직접적으로 증명했다.
◆"지금이 수소 전환의 골든타임"
WHE 2025와 수소위원회 CEO 서밋을 연달아 주도한 현대차그룹의 행보는 한국 수소산업이 다시 글로벌 중심무대로 복귀할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청정수소 생산부터 저장·인프라·모빌리티·산업 활용까지 밸류체인을 전체 공개한 것은 수소가 미래 가능성을 넘어 현재 실행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글로벌 기업·정부·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강화한 것은 향후 국제 프로젝트와 정책 협력의 기반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결국 현대차그룹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수소는 미래 에너지 시장의 결정적 해법이며, 지금이 생태계 전환의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국이 글로벌 수소 허브로 자리매김할지는 향후 정책 일관성과 인프라 확충, 기업의 투자 속도에 달려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행사들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수소전환의 중심축에 서겠다는 의지를 가장 명확하게 확인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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