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령비사(狂令秘史): 명성왕후의 재림①』 폐주 대윤(大尹)의 1000일 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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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령비사(狂令秘史): 명성왕후의 재림①』 폐주 대윤(大尹)의 1000일 천하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2-03 22:18: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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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화백

 고려의 국운이 기울던 말기(末期), 공민왕의 개혁이 좌절되고 권문세족의 탐욕과 요승(妖僧) 신돈의 그늘이 백성을 옥죄던 그 혼란의 시대를 배경으로, 모든 것을 가졌으나 오직 술과 여인에 갇혀 스스로 파멸의 광야를 걸은 한 군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개경(開京)의 성문 밖, 과거를 준비하는 수많은 유생이 모여 사는 신림(新林)촌. 이곳에는 젊은 시절부터 '주당(酒黨)'이라 불리며 인맥을 넓히는 데 능했으나, 아홉 번의 낙방 끝에야 겨우 과거에 합격한 '대윤(大尹·64)'라는 사내가 있었다. 그의 별명인 '대윤'은 훗날 그가 권력을 쥐었을 때, 강직한 어사(御史)로서 권력자들을 서슴없이 감옥으로 보내던 날카로운 칼날을 상징했다. 그는 스스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오직 직분에 충성하겠다”고 맹세했던, 고려의 마지막 정의를 구현할 희망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대윤에게는 젊은 시절부터 뿌리 깊은 습벽(習癖)이 있었으니, 바로 술이었다. 고시 합격 후에도 그는 술잔을 놓지 않았으며, 술은 그가 세상의 무게와 홀로 싸우는 고독을 잊게 해주는 유일한 도피처였다. 그의 최측근이었던 훈동(勳東) 어사는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청렴한 인물이었기에, 주당(酒黨)인 대윤이 만찬 자리에서 "신의 물방울 같은 와인" 일화를 꺼내며 친근함을 표시하려 할 때마다, 훈동은 황제의 알코올 탐닉이 언젠가 권위의 독이 될 것임을 직감하고 깊은 불안감을 느꼈다.

운명의 여인, 희건김의 등장과 야망

대윤이 노총각으로 살다가 중년에 접어들었을 무렵, 그의 삶에 황비 '희건김(53)'이 나타났다. 그녀는 경기도 양평의 한 작은 고을에서 자랐으며, 경기대 미대를 나와 경력을 쌓았으나 청년기부터 야망과 허위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녀는 대학 강사 자리를 얻기 위해 이력서에 존재하지 않는 공모전 우수상을 기재하거나, 실제로는 지방의 전문대학에 출강했음에도 명문 대학의 이름을 도용하여 경력을 부풀렸다. 이러한 ‘허위와 기만의 습성’은 훗날 그녀가 황비의 자리에 오른 뒤 매관매직과 국정농단을 일삼는 기반이 된다.

 희건김은 아름다웠으나, 그 아름다움 뒤에는 권력을 향한 맹렬한 욕망이 숨겨져 있었다. 그녀의 청년기는 '전략적 남성 편력'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녀는 권력과 재물을 가진 재계 거물, 고위 관료, 유력 검찰 인사들을 마치 ‘인생의 징검다리’처럼 여겼으며,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이 복잡한 염문(艶聞)은 윤대의 모친에게까지 흘러 들어갔다.

  대윤 모친의 예언과 주술가의 만남

  대윤이 50대 나이로 건희김과 혼인을 추진했을 때, 그의 모친(前 명문대 교수)의 반대는 극심했다. 명문 학벌을 중시했던 모친은 며느릿감의 배경이 탐탁지 않았을 뿐 아니라, 떠도는 소문을 들은 뒤 "저 여인은 우리 가문을 말아먹을 여인"이라 단언했다. 모친은 결국 아들의 혼례는 물론, 훗날 황제 즉위식에도 불참하며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불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처럼 세속의 반대가 거세질수록, 희건김은 주술적인 힘에 더욱 깊이 의존했다. 그녀를 대윤에게 소개했던 중개자 중 한 명은 바로 '무정(無定)'이라 불리는 역술인이었다. 이 무정 스님은 희건김에게 시대의 운명을 초월하는 불길한 예언을 속삭인다.

"황비마마, 마마의 전생은 바로 이 고려의 운명이 다한 뒤, 먼 훗날 조선이라는 나라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명성왕후이십니다."

이 믿기 어려운 예언을 들은 희건김은 자신의 탐욕과 정치적 야망을 숙명론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명성왕후가 매관매직과 사치로 국고를 탕진했음에도, 희건김은 자신을 비극적 영웅으로 착각하며, 명성왕후가 즐겨 찾던 진주와 산호 같은 보석을 병적으로 탐닉하기 시작한다. 이 주술적 집착은 그녀의 국정 농단과 끝없는 부정부패의 씨앗이 되었다.

 대윤의 검사 시절 영광과 균열

 대윤는 혼란 속에서도 권력을 향해 나아갔다. 그와 훈동 대감은 2006년 현대자동차 그룹 비자금 수사를 함께 이끌며 '칼잡이'로서 명성을 쌓았고 , 특히 대윤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에서 외압에 맞서던 '항명 파동' 때, 훈동 대감은 그의 곁을 지키며 충성심을 증명했다. 두 사람이 검찰 내부에서 거악(巨惡)을 척결하며 쌓았던 초심과 정의는, 훗날 황제와 황비의 탐욕이 국가를 파탄 냈을 때, 동훈 대감의 양심을 찌르는 비극적인 비수가 될 운명이었다.  

 그들의 시대는 바야흐로 정의로운 검이 술과 애정이라는 사적인 탐닉에 포획되어, 스스로를 배반하고 국가를 파멸로 이끌어가는 비극의 서막을 열고 있었다. 황제 대윤의 즉위와 함께, 고려는 돌이킬 수 없는 숙명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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