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김동민 기자] 2020년대 초반 촉발된 신차 납기 장기화는 거의 옛말이 됐다. 기아 쏘렌토와 카니발도 하이브리드가 12월 기준 4개월까지 줄었다. 하지만 이를 무색게 하듯 최대 26개월 납기가 공개된 국산차가 충격을 안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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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짧아도 1년 반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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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캐스퍼 전용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12월 기준 캐스퍼 내연 기관 모델 납기는 기본이 17개월이다. 지금 당장 주문하더라도 2027년 4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수요가 높은 1.0 터보 사양은 1개월 더 걸려 18개월까지 늘어진다.
순수 전기차인 캐스퍼 일렉트릭은 더 심각하다. 기본형 트림인 프리미엄과 인스퍼레이션이 20개월 소요된다. 오프로드 특화 디자인을 갖춘 크로스가 그나마 짧은 18개월이다. 투톤루프나 무광 컬러를 선택하면 26개월로 폭증한다.
소비자는 초조할 수밖에 없다. 고심해서 구매를 결정한 차가 가장 늦을 경우 2028년 3월에 출고되기 때문이다. 오랜 기다려 사더라도 현재보다 지원 범위가 축소된 전기차 보조금에 실구매가는 더 늘어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이에 신이 난 쪽은 출고 차질을 악용하는 중고차 업계다.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등록된 캐스퍼와 캐스퍼 일렉트릭 매물은 신차급 컨디션이라면 대부분 신차 가격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다. 소비자만 당하고 있는 노릇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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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물량, 노사 갈등 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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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퍼 출고가 차질을 빚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캐스퍼 일렉트릭 인기가 해외에서 엄청난 수준이다. 국내를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인스터’로 판매 중인 캐스퍼 일렉트릭은 올해 10월까지 3만 7,372대 실적을 올렸다.
이에 캐스퍼 생산 기지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2월 기준 GGM 2025년 생산 목표는 5만 6,800대다. 하지만 10월까지 국내외 캐스퍼 등록 대수는 총 5만 1,664대였다. 사실상 한계에 다다른 셈이다.
이것과 이어지는 두 번째 이유가 노사 갈등이다. GGM은 향후 연간 생산 규모를 20만 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에 맞춰 생산직 2교대를 추진 중이나 이를 노조가 거부하고 있다. GGM은 유일한 무교대 자동차 생산 기업이기도 하다.
노사 갈등은 올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해외 수요 폭증 이전에 생산 차질 주요 근거로 지목된 것도 노조 파업이었다. 상생협정서에 따르면 누적 35만 대 생산 전까지 무파업을 약속했다. 하지만 GGM 노조는 현재도 파업을 진행 중이다.
한편, 캐스퍼와 별개로 국내 판매 중인 경차는 대부분 생산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동희오토에 위탁생산을 맡기고 있는 기아 역시 모닝 3.5개월에 레이와 레이 EV는 7개월(X-라인 10개월)이 소요되고 있다.
김동민 기자 kdm@autotribu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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