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혁신'으로 국내 유통업 매출 1위 자리에 오른 쿠팡이 역대급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3370만개 계정은 우리 국민 4명 중 3명꼴로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2차 피해 우려까지 제기됐다.
이에 국내 사업 총괄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달 30일부터 대국민사과를 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선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정보 유출 사태는 그간 알고리즘 조작, 물류센터 화재나 새벽배송 사망 사고 등 쿠팡이 경험해온 기존 위기와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 진행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현안 질의'에 참석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해당 기업의 최고 책임자가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게 필요할 것 같다"며 김 의장의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배 부총리뿐 아니라 이날 현안 질의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 대다수가 김 의장의 공식 사과와 입장 발표를 요구했다.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야 합의로 쿠팡 정보유출 사태 청문회를 열고, 김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현재 쿠팡의 국내 사업은 박 대표가 총괄하며, 김 의장은 미국 본사인 쿠팡Inc 의장을 맡고 있다. 쿠팡Inc는 한국 쿠팡 법인을 100% 소유하고 있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게다가 쿠팡의 지난해 매출 41조원 중 38조원 이상(약 93%)이 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 국내 사업에서 나왔고, 김 의장이 실질적 '오너'인 동시에 쿠팡 창업주이기도 하므로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단 게 중론이다.
쿠팡 상장신고서에 따르면 김 의장이 보유한 쿠팡 '클래스B' 주식은 주당 29배의 차등의결권이 보장된다. 김 의장의 지분율이 1.73%만 넘어도 50%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의장은 지난해 11월 보유 지분 1700만주를 매각하면서 보유 주식이 1억5780만주로 줄었고, 지분율은 8.8%로 낮아졌다. 하지만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73%가 넘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장은 위기 때마다 직접 대응에 나서기보단 회피 전략으로 일관해오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를 받은 2020년 12월 쿠팡 공동대표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어 2021년 6월 17일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당일 국내 법인 의장직 및 등기이사를 사임했다.
당시 일부 소비자들은 쿠팡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주도하며 항의 의사를 밝혔다. 이에 쿠팡의 단기간 매출 신장률이 주춤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해당 분기 쿠팡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활성 고객' 수는 1702만명으로 직전 1분기 대비 100만명가량 늘어나며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쿠팡 안팎에선 김 의장이 이번에도 전면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한국 사업을 맡고 있는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김 의장을 "올해 국내에서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대표이사는 3일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 현안질의에 출석해 김 의장의 국내 체류 기간과 행방을 묻는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개인적으로 (김 의장의) 귀국 여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이 의원이 "김 의장이 국내에 아예 한 번도 들어오지 않느냐, 1년 중 일주일도 오지 않느냐"라고 묻자 "그것까지는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다"며 "올해 제가 (김 의장을) 국내에서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김 의장이 국내에 왜 오지 않느냐는 이 의원 물음에 "한국 사업은 제가 대표로 책임지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장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도 불구,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보유출 사태는 사실상 모든 국내 고객 정보가 흘러나간 것으로 종전의 다른 사고들과 차원이 다르다"며 "김 의장이 이번에는 직접 나서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약속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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