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상사'서 IMF 버텨내는 청년 사장…"태풍 같은 사장되긴 쉽지 않아"
제대 후 3연타 흥행…"믿고 보는 배우가 가장 큰 목표"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국민 아들, 국민 남친, 국민 사장'까진 아니어도, 보시는 분들에게 강태풍이라는 캐릭터가 든든한 버팀목 같길 바랐어요. 가족이나 회사 등 주변에서 '태풍이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했죠."
지난 2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준호는 지난달 30일 종영한 tvN '태풍상사'에서 이런 마음으로 강태풍을 연기했다고 말했다.
'태풍상사'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인해 아버지를 잃고 갑자기 돈도, 팔 물건도 없는 태풍상사 사장이 된 강태풍(이준호 분)이 회사 식구들과 함께 역경을 헤치며 회사를 지켜내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이준호는 "사실 전 IMF 시대를 직접 겪은 사람은 아니어서 당시엔 부모님이 겪은 힘듦을 전부 이해하진 못했다"며 "이 작품은 과거 IMF 시절을 겪은 분들과 그 시절을 전혀 모르는 분들의 연결고리가 돼 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적 부모님이 맞벌이여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당시엔 윗집, 아랫집 아주머니들이 아이들을 맡아주기도 하고 동네 친구들과도 잘 어울려 놀았다"며 "사람들이 아무 계산 없이 정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이 그 시절의 낭만 아니었을까. 이 작품을 보시는 분들도 그 시절의 낭만과 사랑을 느꼈으면 했다"고 강조했다.
이 작품은 철없는 압구정 날라리였던 강태풍이 한 회사의 사장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 이준호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이른바 타이틀 롤(제목에 이름이 들어가는 주인공)을 맡은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묻자 이준호는 "제가 이 작품을 끌어나가야 한다는 부담보단, 제가 연기하는 인물이 보시는 분들에게 확실하게 와닿아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고 했다.
"강태풍은 화날 땐 불같이 화를 내고, 웃을 땐 누구보다 환하게 웃는, 참 솔직한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감정 표현에 숨김 없는 태풍의 성격이 연기에서도 잘 드러나야 태풍상사 직원들이나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태풍이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이 친구를 믿어보게 될 거라 생각했죠."
최근 1인 기획사를 열면서 실제 한 회사의 사장이 된 이준호는 "사실 태풍이처럼 (회사를 운영)하는 게 쉽지는 않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너무나도 공감하지만, 태풍이는 너무 사람을 우선시해 '왜 저런 선택을 할까' 싶을 정도로 답답한 순간도 있었다"며 "그런 태풍이의 모습이 '사람이 먼저'라던 아버지에게서 받은 유산이라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떠올렸다.
이번 작품에 유독 애정이 많았던 이준호는 촬영 현장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애드리브도 적극적으로 내놓았다.
이준호는 "사실 극초반에 안전화로 철근이나 프라이팬을 뚫는 장면, 신발 밑창에 소망이 담긴 글귀를 적는 장면 등은 제가 감독님과 작가님께 제시한 아이디어였는데 감사하게도 다 채택해주셨다"며 "촬영 현장에서 가까워진 배우들과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편안하게 대사를 주고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도 나왔다"고 했다.
그는 극 후반부 어느덧 듬직한 사장이 된 강태풍이 생전 아버지의 단골집에서 소주를 마시는 장면을 꼽으며 "그 장면은 사실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1화에서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소주를 마셨을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고,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나 자신을 들여다보니 자연스럽게 감정연기가 나왔죠."
'태풍상사'는 16부작으로 요즘 드라마 대비 다소 긴 호흡으로 진행됐다.
게다가 매번 강태풍과 태풍상사 식구들이 악역인 '표상선' 부자의 훼방에 시달리는 모습이 반복돼 일각에선 '고구마 전개'라는 아쉬운 평도 나왔다.
이준호는 "빌런(악당)이 주인공의 앞길을 가로막는 플롯(구성)이 반복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IMF라는 시대적 문제뿐만 아니라 모두의 공분을 살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감독님과 작가님, 제작사의 의견을 믿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 드라마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0.3%의 최고 시청률로 종영하면서 이준호는 MBC '옷 소매 붉은 끝동'(17.4%), JTBC '킹더랜드'(13.8%) 등 제대 이후 출연한 모든 작품이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준호는 "이번 작품으로 정말 많은 칭찬을 받았지만 '연기자 이준호는 없고, 진짜 강태풍만 있었다'는 칭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저를 한 꺼풀 더 가볍게 만들어 준 작품이고, 연기할 때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앞으로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어떤 작품이든, 무슨 장르든 따지지 않고 이 사람이 연기한다는 이유만으로 보고 싶게 만드는 배우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gahye_k@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